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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SF 스릴러 '루시드 드림'의 김준성 감독이 17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을 비롯해 공유몽(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꿈을 꾸는 것) 등 낯선 소재를 다룬 영화로 고수, 설경구, 강혜정 등이 출연한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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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에 뿌리를 내린 김준성(33) 감독. 그가 데뷔작 '루시드 드림'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추적 SF 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로드픽쳐스 제작)을 통해 첫 장편 상업영화 출사표를 던진 김준성 감독. 그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단편영화 '돈생돈사'(01) '마지막 귀갓길'(09) '삶의 향기'(12) 등을 연출, 제46회 대종상영화제 단편영화 최우수작품상, 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 부문 최우수작품상, 제3회 서울 세계 단편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입증받은 김준성 감독. 첫 장편 상업영화인 '루시드 드림'을 기획부터 갱, 연출까지 도맡은 그는 충무로가 주목하는 차세대 유망주로 눈도장을 찍었다.
꿈을 꾸는 중에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거나 처음부터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컨트롤하는 행위를 일컫는 자각몽. 김준성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스스로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인 자각몽을 소재로 한 '루시드 드림'으로 관객과 첫 만남을 가지게 됐다.
김준성 감독의 '루시드 드림'은 고수와 설경구, 강혜정, 박유천 등 충무로 명배우가 총출동한 것은 물론 신선한 발상과 과감한 도전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고 무엇보다 타인의 꿈을 접속한다는 설정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10)과 유사해 한국판 '인셉션'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이렇듯 화제를 모은 '루시드 드림'은 지난 2015년 4월 크랭크 인 해 그해 6월 크랭크 업, 1년간의 후반 작업을 거쳤고 2016년 가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이 터지면서 개봉을 무한 연기하기도 했다. 당시 '루시드 드림'은 대외적으로 CG작업을 위한 개봉 연기라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이 개봉을 연기하는데 영향을 미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예계 큰 파문을 일으킨 박유천 성폭행 사건이 법정 공방 끝에 7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고 이후 '루시드 드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올해 1월 4일 어렵게 개봉일을 잡았지만 이 마저 2월로 연기, 촬영이 종료된 후 무려 1년 10개월 만에 관객을 찾게 된 비운의 작품이 됐다.
김준성 감독은 "언론 시사회(지난 15일)를 통해 첫 공개되기 전까지 '루시드 드림'을 수 없이 봤지만 평가를 받는 자리에서 다시 보니 새롭더라. 많은 분과 같이 본다는 생각에 긴장됐고 떨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무래도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작품이라 더 남다른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주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신고식 제대로 했다'며 개봉을 축하해주기도 한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1년 10개월 만에 뚜껑을 연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은 개봉이 지연된 이유로 "예산 자체가 큰 영화가 아닌데 곳곳에 디테일한 CG 작업이 많이 필요했다. 예산이 넉넉한 작품이었다면 스태프들을 더 많이 고용해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상황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개봉을 맞추기 위해 CG 부분을 대충 만들 수도 없지 않나? 관객의 눈이 높아지다 보니 디테일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믹싱, 음악 등 시간이 지체돼 결국 개봉까지 1년 10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서 2월로 또다시 개봉일이 밀린 상황에 대해 "당시엔 '왜 개봉일이 바뀐 거지?' 싶었다. 하지만 여러 스태프로부터 2월 시장이 '루시드 드림'에 더 알맞겠다는 조언을 들었고 나 역시 그들의 말을 수용했다. 1년도 기다렸는데 고작 1달을 못 기다리겠나? 이 정도 지연에 개의치 않았다"고 답했다. 신인감독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유창한 언변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김준성 감독은 "개봉을 기다리는 1년간 인터뷰 연습을 많이 했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잊지 않았다.
충무로 대세 장르인 범죄 액션물이 아닌 아류로 취급되는 SF 판타지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꺼내 보였다. 김준성 감독은 "신인감독인 만큼 작품 선택권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일단 첫 작품은 감독으로서 데뷔에 의의를 뒀고 이왕 시작한 거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처음 배웠을 때 내게 자양분이 된 작품은 지금 대세인 범죄물 보다는 90년대 할리우드 영화였다. 희망차면서 도회적인 분위기를 가진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루시드 드림'이 내겐 딱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나이 때 할 수 있는 도전과도 같았다. 이런 내 의도를 지금의 투자·배급사, 제작사 관계자들이 잘 이해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준성 감독은 "첫 작품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 이 모든 사건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너무 많이 배웠고 내겐 좋은 경험이 됐다. 몸에 좋은 약일수록 쓴 법이지 않나. '루시드 드림'은 내게 그런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루시드 드림'은 고수, 설경구, 박유천, 강혜정, 박인환, 천호진 등이 가세했고 '전설의 주먹' 연출부 출신 김준성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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