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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을 주로 다루던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년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 다루던 게임사라 하더라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모두 서비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됐다.
하지만 히트의 선전을 제외하면 넥슨이 지금까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기록한 성적은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넥슨이란 이름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이런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행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장기 흥행작이 없다는 점이다. '임팩트'가 아닌 '꾸준함' 측면이 넥슨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게임이 있냐는 물음에는 언뜻 떠오르는 게임이 없다. 히트가 상위권에서 제법 오랜 기간 자리하고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힘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넥슨 모바일게임 사업에 있어 히트작을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목표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것일런지 모르겠다.
모바일게임 업데이트의 주요 포인트를 '무엇을 선보일 것인가'와 '언제 선보일 것인가'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넥슨의 업데이트는 후자를 놓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하지만, 이를 유저들이 원하는 때에 선보이지를 못 한다는 점이다.
국내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게임을 출시함과 동시에 최대한 빠른 타이밍에 출시 버전에서는 즐길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모바일게임 운영에 있어서 상식적인 일이 됐다.
넥슨의 모바일게임들은 대부분 이러한 초반 업데이트 타이밍을 제때 맞추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에 즐길 게임이 많은 현 시장상황에서 이런 '콘텐츠 공백'은 유저 이탈을 심화시킨다.
유저 입장에서 내가 즐기는 게임에 즐길거리가 없다면 즐길거리가 있는 게임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라면 내가 육성한 캐릭터, 어렵게 보유한 장비가 아까워서라도 게임을 갈아타지 않지만, 출시된지 얼마 안 된 게임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정해진 스케쥴에 업데이트를 맞추는 것도 좋지만, 여러 상황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케쥴을 앞당긴다고 해서 업데이트가 변경된 스케쥴에 뚝딱 맞춰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업데이트 일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을 지키는 것이다.
유저들이 원하는 업데이트 시기와 실제 넥슨이 선보이는 업데이트 일정에 조금씩 싱크가 어긋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유저 동향 파악이 늦었을 수도 있고, 준비해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내부 운영, 사업 관련 프로세스가 탄력적 대응에 부적합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유년을 맞아 넥슨은 작년의 기억을 잊고 다시금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과연 올해는 넥슨이 장기집권 게임, 스테디셀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자.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