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맞는 옷을 만들어내는 아브(A.AV) 이광호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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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브의 작업실은 정갈하면서도 옷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컬러칩부터 디자인 소스 및 그래픽 작업은 오는 3월 말 서울패션위크에서 공개될 새로운 컬렉션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고, 독특한 아트워크는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이광호 디자이너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의 흐름에 맞춰 국내뿐 아니라 유럽 시장과 떠오르는 패션 강국인 중국에서도 아브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이탈리아 밀라노 '화이트 맨'과 독일 '베를린 프리미엄' 2017-18 A/W 패션 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돌아온 이광호 디자이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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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니 문이 열리더라고요. 패션 기업 브랜드에서의 20년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됐죠. 어떻게 보면 돈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조직력·자본력 그리고 마케팅까지 그 시스템을 알고 인프라를 쌓는 것은 개인 브랜드를 운영할 때 중요한 자산이 되는 거거든요. '안이한 게 좋으냐, 도전이 좋으냐'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인생 한 번이잖아요. 해보고 싶은 것은 해야겠더라고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숙련된 디자이너로써 보다 질 좋은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는거군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얼마나 세련되게 또 밸런스감이 좋게 풀어내는가에 따라 브랜드 경쟁력이 생기겠죠. 아브의 키 마켓이라면 하이엔드 컨템포러리라고 얘기를 해요. 프리미엄 가치가 느껴지면서도 대중적인 색을 지녀야 하죠. 분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차별되는 니즈가 존재하거든요. 일반 커머셜 브랜드보다는 특이하고 가성비라는 가치를 더해 원하는 바를 해소시켜줄 수 있어야 하고요. 패션이라는 것 자체가 아트와 상업적인 부분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 이 부분을 잘 생각해야 다음 것을 또 보여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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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패션페어 같은 경우에는 브랜드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타깃층이 명확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색깔과 맞는 시장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화이트는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시크한 무드가 느껴지는 페어인데요. 밸류도 좀 하이엔드로 맞춰져 있고요. 이번이 세 번째 참가인데 이탈리아 유명 숍들의 바이어들이 아브를 많이 찾아와 더욱 뿌듯했던 것 같아요. 이제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계속 컨택하는 중입니다.
-해외 패션 페어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일반적으로 다수의 브랜드가 완성된 컬렉션으로 패션위크부터 샵, 매장, 온라인까지 쭉 진행을 하는데에 비해 아브는 좁게 좁게 진행을 하는 편이에요. 홀 세일을 할때면 바이어들이 셀렉하기 쉽도록 주력 상품을 확실하게 보여주는거죠. 어떻게 보면 바이어도 소비자에요.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브랜드를 보기 때문에 이번 시즌 같은 경우는 패딩이나 저지 벨벳 아이템을 뽑아 가서 진행을 했고요. 패션위크 컬렉션을 준비할 때는 쇼피스 위주로 모티브를 부각시키고, 매장에 나가는 옷들은 디테일 보다 커머셜한 부분에 포커싱을 맞춰요. 예전에는 한 번에 다 끝나는 작업이었지만 이제는 때에 따라 작업이 더 필요한거죠. 사실 회사를 나오면 시간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계속해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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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은 심각하거나 틀에 짜인 것을 싫어해요. 그냥 봤을 때 쿨하게 와 닿는 것. 그게 멋지다고 생각하죠. 아브 역시 그래요. 처음 브랜드 네임을 정할 때도 'A'와 'V'가 만나 형성하는 시각적 충돌에서 발견한 조형적으로 멋진 심벌을 먼저 구상했죠. 그 후에 'Another, Another View'라는 뜻을 부여했어요.
아브의 강점이라고 하면 전체적인 핏을 말하고 싶어요.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지는 옷과는 다르게 디자이너의 생각이 온전히 들어간 색다른 실루엣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남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튀는 것은 부담스럽고, 좀 재미있는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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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브를 찾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진화된 옷을 제시하고 싶어요. 이번 17 F/W 컬렉션 같은 경우에는 'Old is but good is'란 슬로건 아래, 예전 것을 가져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어요. 바로크 시대와 동양의 민화를 모티브로 잡았고 이것들을 어떻게 현대화 시키면서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요즘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포르나세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지 맵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작업 툴을 가져와 우리의 민화를 투영하는 거예요.
큰 타이틀은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은 좀 부옇고 흔들리는, 좀 몽환적인 장면 일거라 생각해서요. 서로 섞이고 혼합되는 디테일이나 마블링 그래픽 효과를 통해 표현해봤어요.
-한 남자의 시각을 담아내는 컬렉션 스토리가 멋지네요.
컬렉션을 전개할 때 굉장히 많은 익스피리언스를 생각해요. 지난 시즌 같은 경우도 "수염을 깎고 난 뒤의 형태"를 콘셉트로 면도를 하기 전에 남성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면 후에는 중석적인 면이 부각되는 모습을 표현했었는데요. 군더더기를 털어내고 본연의 옷을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상반되는 남자의 모습과 면도날의 명확한 단면을 옷으로 디자인화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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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디자이너님이 보는 트렌드란 어떤 것인가요.
유행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소매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디자인된다는 부분만 볼 수 있다면 실수예요. 본질은 신체의 프로포션을 재해석해고 그 실루엣을 변화하는 게 좋아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본질을 베이스로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브는 온몸을 푹 감싸는 패딩을 제시해요. 코트 위에도 레이어드할 수 있도록 새로움을 얹어 형태를 변형시킨 거죠. 잠옷이 데이웨어로 활용된 건 왜일까. 잠옷은 사람들이 이제 일상에서도 잠잘 때 느끼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원하기에 나온 것이거든요. 디자이너마다 각자의 프리즘을 가지고 유행의 본질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아브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브랜드가 잘된다는 것은 좀 더 좋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할수 있고 또 좋은 사람·회사들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해요. 컬렉션을 꾸준히 하다보면 해외 마니아 층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니 아브의 글로벌한 성장을 기대합니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