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①] 정우 "실존인물 연기, 민폐될까 매 장면 조심스러웠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2-08 17:4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우(36)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실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고충을 털어놨다.

충격 실화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 이디오플랜 제작)에서 돈 없고 빽 없는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을 연기한 정우. 그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뒤 2001년 '7인의 새벽'(김주만 감독)에서 양아치3 역으로 충무로에 데뷔한 정우. 그는 '라이터를 켜라'(02, 장항준 감독) '품행제로'(02, 조근식 감독) '동갑내기 과외하기'(03, 김경형 감독) '바람난 가족'(03, 임상수 감독) '불어라 봄바람'(03, 장항준 감독) '그 놈은 멋있었다'(04, 이환경 감독) '돌려차기'(04, 남상국 감독) '그때 그사람들'(05, 임상수 감독) '사생결단'(06, 최호 감독)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06, 김성훈 감독) '숙명'(08, 김해곤 감독)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08, 류승완 감독) '스페어'(08, 이성한 감독) '바람'(09, 이성한 감독) '인류멸망보고서 : 멋진 신세계'(12, 김지운·임필성 감독) 등에서 조·단역을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충무로에서 연기파 배우로 활약한 정우는 2013년 방송된 KBS '최고다 이순신'에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그해 tvN '응답하라 1994'로 빛을 봤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김재준 역을 맡은 정우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로 특유의 매력을 발산,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1994'. 이를 통해 정우는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무명 시절을 오래 겪고 뒤늦게 빛을 본 고진감래 형 배우인 것.

안방극장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정우는 '붉은 가족'(13, 이주형 감독)을 통해 다시 충무로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정우는 '붉은 가족'에서 호흡을 맞춘 김유미(38)와 연인으로 발전, 3년간 열애 끝에 2016년 1월 결혼했고 그해 12월 예쁜 딸을 낳았다. 그는 '붉은 가족'에 이어 '쎄시봉'(15, 김현석 감독) '히말라야'(15, 이석훈 감독), 그리고 '재심'으로 연달아 관객을 찾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 특이한 점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바람'에 이어 '세씨봉'에서 오근태, '히말라야'에서 고(故) 박무택 대원, '재심'에서 박준영 변호사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유독 많이 선택했다는 것. 충무로 '실화전문 배우'로 불릴 만큼 실화 소재의 영화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 중 하나다. 또한 정우에게 '재심'은 '쎄시봉'의 강하늘(27)과 두 번째 호흡으로 의미를 더했다. '쎄시봉'에서 젊은 오근태 역을 소화한 정우는 젊은 윤형주를 연기한 강하늘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이번 '재심'을 통해 다시 한번 찰떡 케미스트리를 펼쳐 눈길을 끈다.

정우가 선택한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이 사건은 2000년 8월에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살인 사건으로, 처음에는 청소년 최모 군이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15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받고 형을 받았지만 이후 2003년 6월 진범인 김모 씨가 용의 선상에 오르면서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수사 당시 김모 씨의 진술이 최군의 진술보다 더 범행 정황에 가까웠지만 검찰은 김모 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고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재심을 진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군이 무죄를 선고받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다. 2013년 2015년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뜨거운 두 배우 정우와 강하늘을 통해 절절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정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독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휴머니즘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런 성향이 계속해서 실화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두 내 소중한 작품들이지만 전작 '히말라야' 같은 경우는 고인이 된 분을 연기해서 의미가 깊다. 사실 실화를,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히말라야'에서는 고인이 된 분에게 누가 될까 걱정했고 이번 '재심'은 실제 계시는 분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내가 연기한 모습이 그분의 이미지로 굳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됐다. 게다가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 영화인데 혹여 내가 연기한 준영이라는 캐릭터로 박준영 변호사가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매 장면, 매 컷 조심스러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많은 생각을 했다. 촬영 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그때 박 변호사를 만날까 했지만 혹여 내 연기의 본질을 흐릴 수 있을 것 같아 만남을 미뤘고 이후 촬영이 끝날 무렵 실제 박 변호사를 만났다. 기존에 생각했던 변호사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를 깨줬다. 너무나 친근하고 편안한 분이셨다. '쎄시봉' 당시 오근태의 실제 모델인 이익균 선배를 만났을 때도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내겐 정말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웃었다.


벌써 네 번째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정우. 특히 이번 작품은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최군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사건에 관련된 형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등 비극적인 사고도 이어졌는데 이 소식을 접한 정우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경우, 어떤 상황이든 혹여 죄를 묻고, 죄를 묻지 않고를 떠나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져 충격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이 들면서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무서웠다"며 "실화 영화를 참여한다는 건 정말 조심스러워야 한다. 아픔이 있는 이야기였고 당사자들도 중요하지만 그의 가족들, 지인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늘 그 지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한편,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소재로 한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고,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이경영, 한재영 등이 가세했고 '또 하나의 약속' '잔혹한 출근'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오퍼스픽쳐스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