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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김과장', 어떻게 '사임당' 이영애 철옹성 뚫었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2-03 09:2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김과장'이 일을 냈다.

최강의 적이었던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를 제치고 수목극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그도 그럴 것이 '김과장'과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이즈부터 달랐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이영애 송승헌이라는 초대형 한류스타를 캐스팅한 것도 모자라 200억 원대의 제작비까지 투입, 어마어마한 위용을 과시했다.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임당, 빛의 일기'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팬들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사임당, 빛의 일기'에 눌려 '김과장'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나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사이코패스 남규만을 연기한 뒤 꾸준히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남궁민의 캐스팅이 '김과장'의 유일한 기대 포인트였다.


이러한 초반 반응은 시청률 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1월 26일 연속 방송된 1,2회가 15.6%, 1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박을 예고했다. 하지만 '김과장'은 1월 25일과 26일 방송된 1,2회가 7.8%, 7.2%의 시청률에 그쳤다.

그러나 방송 2주차에 반전이 벌어졌다. '사임당, 빛의 일기'가 3회 13%, 4회 12.3%로 시청률이 계속 하락한 반면 '김과장'은 3회 12.8%, 4회 13.8%로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이에 '김과장'은 9%에 달하는 시청률 격차를 뒤집고 수목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최근 몇년간 없었던 기록이다.


'김과장'의 인기 비결은 의외로 심플하다. 배우들의 연기, 대본, 연출이 고루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과장'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김성룡 역을 맡은 남궁민은 진지한 내적 갈등과 카리스마 연기는 물론 거침없이 망가지는 코믹 연기까지 선보이며 극을 이끌고 있다. 안면 근육을 나노 단위로 사용하는 것 같은 다채로운 표정 연기에 '한국의 짐캐리'라는 극찬이 나올 정도다. 윤하경 역의 남상미는 비주얼 똑순이로서 남궁민과 앙숙 케미를 보여주고 있고 홍가은 역의 정혜성은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으로 어필한다. 서율 역의 준호(2PM) 역시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서 미스터리한 느낌을 안긴다. 이처럼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활약에 '김과장'은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의 흡입력을 갖게 됐다.


대본과 연출도 훌륭하다. '김과장'은 소위 말하는 '훈장 드라마'가 아니다. 누군가를 선도하고 교훈을 남기려 애쓰기 보다는 시원하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2일 방송에서도 김성룡이 회사 정리 해고 대상 명단에 오르기 위해 회장 아들을 응징하는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를 통쾌하게 했다. 직장 상사에게 굽힐 수밖에 없는 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둘 준비가 됐다면 더이상 직장 내 그 누구에게도 굽힐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오늘도 품 안의 사직서를 고이 접어두는 게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삶이다. 그래서 김성룡이 회장 아들에게 일갈을 날리며 그를 제압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김과장'은 속도감 있고 막힘 없는 전개로 시청자의 속을 뻥 뚫어주고 있다. 거슬리는 대목이 없으니 시청자도 안심하고 웃으며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소리없이 강한 '김과장'이 '사임당, 빛의 일기'를 누를 수 있었던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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