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목소리를 손가락의 지문이라 치면, 자이언티는 뚜렷한 DNA를 지녔다. 멜로디 선율 위에 짙게 묻어나는 손자국처럼 귓가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박또박 찍어 뱉는 선명한 감정은 그의 장점이자, 가수로서도 막강한 무기로 통한다. 특히 귀에 쏙쏙 들리는 전달력은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확실한 설득력을 지닌다.
2014년 발표돼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히트곡 '양화대교'가 아버지를 주제로 한 가요계의 수많은 곡들 사이에서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한국적인 신파 감성을 비켜나가면서도 담담하게 여운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감정을 뒤흔드는 짜릿한 반전이나 강력한 후렴구를 굳이 배치하지 않아도, 탁월한 멜로디와 공감어린 노랫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진심을 제대로 전달받았다. 그것도 가장 순결한 힘으로. 아버지가 지나온 길을 '양화대교'에 빗대어 표현한 가족의 진심, 자이언티의 개인적인 얘기를 담았지만 결국 모든 이들의 노래가 되었다. 그만큼 음악의 공감은 거대했다.
자이언티는 그만의 창작법에 대해 묻자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 같다. 흘러가는대로 쓰는 편이다. '이게 잘되겠다.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마음으로 쓰지는 않는다"면서 "흥얼거리다가 이거 정말 재밌다라고 느끼는 걸 노래로 발표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제가 재미를 느끼는, 혼자 보기 아까운 영화를 보듯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자이언티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그의 감정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듯 묘한 경계에서 풀어내는 노래, 그리고 대화하듯 툭툭 내뱉는 생활 밀착형 가사는 우리의 일상 자체를 대변했다.
그는 독특한 창법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고, 그 목소리는 개성이지 않나. 화가에 비유하면 제 목소리란 하나의 붓을 갖고 있다"면서 "이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게 좋다. 제가 좋아하는 걸 할 뿐"이라고 말했다.
앨범 첫 트랙이 영화관임을 통해 추측할 수 있듯 모든 곡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가사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영화대사처럼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노래'를 비롯해 '영화관' '코미디언(COMEDIAN)' '미안해' '나쁜 놈들' '콤플렉스' '바람' 등 총 7개의 트랙이 담겼다. 보사노바 등 여러 장르에 손을 대 다양함을 추구하면서도 간결한 편곡이란 원칙을 지켰다. 2017년 현재의 자이언티를 담은 음반이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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