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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여교사'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김하늘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2-31 13:2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청순하고 가련한 '멜로퀸'으로 20년 연기 명맥을 이어온 배우 김하늘. 그의 숨겨진 얼굴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알던 말간 김하늘의 얼굴은 모두 거짓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강렬하고 파격적인, 충격적인 변신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김하늘이 등장했다.

만년 작가 지망생인 백수 남자친구(이희준)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는 계약직 여교사 박효주(김하늘)가 인생에서 가장 원했던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추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발레 전공 남학생 신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투를 그린 치정 멜로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 외유내강 제작). 여교사와 남제자의 금단의 사랑, 질투가 가져온 파국, 흙수저 현실을 반영한 천불 스토리 등 '여교사'는 2017년 스크린 포문을 열 충격의 문제작으로 등극했다.


밀입국 알선책 소년들을 통해 욕망과 윤리의 경계에 대해 세상에 일침을 가한 단편영화 '얼어붙은 땅'(10)으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시네마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 '국내 최연소 칸영화제 진출'이라는 영예를 안은 김태용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여교사'. 앞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열일곱 소년의 숨찬 인생을 섬세한 현실감과 담담한 어조로 담아낸 '거인'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제4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급부상한 그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일을 벗은 '여교사'는 초반 치정 로맨스로 마케팅했던 것과 달리 현실 비판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며 무게를 가졌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여자의 질투로 포장했지만 그 내면을 면밀하게 파고들면 부정한 현실, 사회적 갈등을 묵직하게 다뤄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특히 못 가진 자(박효주)가 다 가진 자(추혜영)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 무력함, 그리고 분노는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격한 공감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성장의 통증을 담아낸 '거인'과 달리 신작 '여교사'에서는 평범한 여성의 일상이 질투라는 감정으로 변화되면서 벌어지는 금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섬세한 연출력과 집요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스크린에 펼치는 데 성공한 김태용 감독이다. 특히 파격의 캐릭터와 스토리로 배우들의 변신을 끌어내는 장기가 '여교사'에서 꽃을 피운 것. '거인' 당시 신예 최우식의 잠재된 역량을 발견해준 김태용 감독은 이번 '여교사'에서 20년 차 기성 배우인 김하늘의 변신을 도왔다.


질투와 의심, 거짓말 등 감정에 젖어 파멸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 박효주를 소화한 김하늘은 데뷔 20년 만에 선보인 최고의 파격, 최고의 충격이었고 그 도전은 꽤 성공적이었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자신의 삶에 냉소적이다가도 질투에 빠지는 순간 용암처럼 들끓는 욕망을 드러낸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석한 김하늘이었다. 무엇보다 엔딩에서 선보인 김하늘의 연기는 데뷔 이래 최고의 '인생 연기'라 평할 정도로 섬뜩하고 처연한 박효주의 감정을 풀어냈다. 말간 얼굴을 한 '국민 여교사' 김하늘은 잊어도 좋다.

청순하지 않아도, 착하지 않아도 좋았던 김하늘의 변신. 그간 여배우로 국한됐던 김하늘은 '여교사'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 연기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한편, '여교사'는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이 가세했고 국내 최연소 칸국제영화제 입성, '거인'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여교사'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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