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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게재' 씨엘父 이기진 교수 "딸에게 보내는 선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12-17 08:55


씨엘과 '씨엘 아버지'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SBS, 미래창조과학부

"채린이에게 자랑할 일이 생겼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씨엘(본명 이채린) 아빠'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목소리가 환했다. 이 교수가 제자인 이한주 박사 등과 함께 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강자성 물질(Adaptive microwave impedance memory in a ferromagnetic insulator)'에 대한 논문이 지난 14일 세계적 권위의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무려 10년에 걸친, 치열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 교수는 "10년 전에 생각을 시작했고 이한주 박사가 7년 전 석사과정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인간이 시키는 것만 저장하는 지금의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지 않는다. AI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뇌와 닮은 반도체 물질을 찾아낸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다. '씨엘 아빠'의 쾌거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씨엘 부녀'

10년 연구의 성과가 세상에 알려지던 날, 이 교수에게 학자로서의 소감을 물었다. "채린이가 잘 나가니까 나도 노력한 것이다. 안 밀리려고"라며 하하 웃었다.

2016년 각자의 분야에서 '제일 잘나가는' 씨엘 부녀의 도전과 성과는 뜻깊다. 씨엘은 '팝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 거침없이 도전해 살아남았다. 지난 10월 첫 싱글 '리프티드(Lifted)'로 한국 여성 솔로가수 최초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다. 첫 북미투어에서 매진 열풍을 이끌었다. CNN, 타임지 등 유력 매체들이 그녀의 행보를 주목했고, 절친인 팝스타 리한나는 씨엘을 '내가 아는 가장 잘나가는 여자'라고 썼다.

이 교수는 세계적 학술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대한민국 물리학자의 힘을 보여줬다. '전세계 과학자들의 로망'인 '네이처' 게재는 지난 10년간 포기하지 않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 교수의 시선은 딸 채린을 향했다. "이런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채린이한테 뭔가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버지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 채린이에게 정신적인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함께 열심히 살자' 같은…."

'씨엘 아빠' '물리학자' 중 어느 편이 더 좋냐는 '우문'에 이 교수는 "'씨엘 아빠'로 불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 정말 자랑스럽다. 물리학자로서 이런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채린이도 좋아하고…"라고 '현답'했다.


'물리학자' 아빠의 쾌거에 씩씩한 두 딸의 축하 문자가 답지했다. 홍콩대 경영학도인 둘째딸 하린이는 논문 제목을 보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석이 있어?"라며 호기심 가득한 문자를 보내왔다. '맏딸' 씨엘은 의젓했다. "축하해! 사랑해! 아빠, 항상 건강이 최선이야. 아빠가 나의 아빠여서 항상 감사해."


이기진 서강대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일러스트 습작.  출처=투애니업(김영사)
'딴짓 고수' 물리학자 아빠의 쾌거

맏딸 채린이가 꿈많은 10대 소녀에서 20대 한류스타로 폭풍성장한 지난 10년간, 아버지 이 교수는 학자로서 연구실에서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듯 한우물만 고집하진 않았다. '씨엘 아빠', 이 교수는 다재다능하다. 자칭타칭 '딴짓 고수'다. 오래전 두딸을 위한 동화를 썼고, 취미삼아 그려온 그림은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었다. 직접 만든 로봇 캐릭터를 파리아트페어에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엔 '청춘을 건너는 5가지 기술-투애니업'(김영사)이라는 책을 통해 채린, 하린 또래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건넸다.

이 교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딴짓을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힘든 일이니까요. 딴짓 하다가 연구하고, 연구하다 딴짓 하고…." '딴짓'은 '숨통'이다. "연구만 계속했다면 절대 못했을 것이다. 저를 헷갈리게 만들어서 연구에 더 몰입하게끔 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게…"라고 설명했다.

"연구하는 게 행복하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노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항상 벗어나고 싶다. 맥주도 마시고 싶고…. 그런데 직업이니까 여기서만큼은 진지하게 해야 한다. 주머니속에 날카로운 송곳을 하나 지니고."

비범한 딸들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연구하는 아버지의 솔선수범은 '부전여전' 두 딸에게 길이 됐다. 흔한 잔소리로 키우지 않았다. "분명한 건 딸들이 해피하면 된다. 자기 하고 싶은 것, 재밌는 일을 해야 한다.자기 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빠의 믿음만큼 딸들은 훌륭하게 자라줬다.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을 딸들도 안다. 말을 안해도 우린 서로를 안다.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서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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