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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에 출연하는 배우 김주현이 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의 원전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로 김주현은 재혁(김남길)의 여자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의 직원 연주를 연기한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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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의도치 않았던 '엽기적인' 사건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게 된 신인배우 김주현(29).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에겐 약이 된 한 해이기도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좀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2016년이다.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박정우 감독, CAC엔터테인먼트 제작).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엎친 데 덮친 격 노후 된 채 가동되던 원자력 발전소 한별 1호기의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며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그린 작품 '판도라'에서 김주현은 재혁(김남길)의 여자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 직원 연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2007년 개봉한 공포 영화 '기담'(정식·정범식 감독)에서 미모의 여고생 시체 아오이로 등장,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거친 김주현. 이후 영화 '그녀는 예뻤다'(08, 최익환·최승원 감독), 2012년 방송된 KBS2 TV소설 '사랑아 사랑아', 2013년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상놈 탈출기', 2014년 SBS 드라마 '모던파머'를 거치며 조금씩 내공을 쌓았고 신작 '판도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김주현은 극 중 부모도, 형제도 없이 혈혈단신 외롭게 자랐지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한 인물 연주를 완벽히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은 당찬 패기로 소화해낸 김주현. 마지막까지 재혁의 가족을 지키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주현은 '판도라'를 통해 '괴물 신인'으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식상한 답변일 수 있겠지만 사실 수식어를 의식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맡은 역할을 최선 다해 연기하려 노력할 뿐이다. '판도라'는 내용도 그렇고 어수선한 정세도 그렇고 기뻐할수 없다. 개인적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마냥 즐기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덤덤히 속내를 털어놨다.
김주현은 '판도라' 속 연주를 그 누구보다 갈망하고 원했다. 이유인즉슨 2008년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던 상황이었고 막막했던 공백기를 '판도라'로 깨고 싶었다. 물론 드라마로 간간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아직 대중에겐 낯선 얼굴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고 스스로 연기에 대한 갈증, 단점을 타파할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판도라'의 연주였다.
"공백기가 꽤 길었어요. 솔직하게 작품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죠(웃음). 처음 데뷔했을 때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한 상태라 욕심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뒤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어요. 또 제 연기가 얼마나 부족한지 곱씹게 됐고요. 하하. 초반에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절망감에 빠졌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연기 열정이 커진 경우인데 이걸 풀 수 있는 돌파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판도라'까지 오게 됐고요. '판도라'는 어떻게든 잡고 싶었어요."
처음 김주현은 박정우 감독의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아니었다. 일단 강인한 여성상이었던 연주 이미지와 김주현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 여성미 가득한 김주현에겐 안 맞는 옷이라 생각해 마음을 접었지만 결국 김주현의 열정에 두 손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난 뒤 박정우 감독과 미팅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때 제가 느끼기에도 마음에 안 드신 눈치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제가 연주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책임감이나 내면적으로 강인한 면모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고 캐스팅해주신 것 같아요. 늘 전작과 반대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판도라'의 연주로 소원 풀었죠. 하하. 이렇게 개봉을 하고 나니 박정우 감독에게 제일 감사해요. 신인이라는 리스크를 안고서 절 믿어주신 거니까요. 정말 많이 배웠고 경험했던 작품이었어요.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청순가련한 이미지와 정반대였던 김주현.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매력을 가진 그는 연주와 많이 닮아있었다. 게다가 흔들리지 않는 연기 소신까지 갖춘 당찬 여배우다. 예민할 수 있는 원전 소재의 영화, 무능력한 정부를 그린 영화를 선택한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판도라'에 참여한 배우로서 한 번도 겁이 났다거나 두려웠던 적은 없어요. 영화 속 이야기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빗댄 것보다 인간의 이기심과 그 이기심의 합리화를 꼬집으니까요. 오히려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해요. 굳이 지금의 현실과 엮어서 생각한다기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닥칠 수 있는 위기,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물론 당연히 바로 개봉될 줄 알았던 영화가 계속해서 개봉 지연이 되면서 걱정도 되고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지만요(웃음)."
김주현은 '판도라' 외에도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만 했던 캐스팅 논란에 대해서도 깊고 진솔한 속내를 드러냈다. 앞서 김주현은 1800대 1의 경쟁을 뚫고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윤효제 극본, 오진석 연출) 오디션에 합격, 여주인공 혜명공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여러 외압으로 하차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SBS는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김주현에게 '엽기적인 그녀'의 여주인공 대신 서브 여주인공인 정다연 역을 제안했지만 김주현이 오랜 고심 끝에 고사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엽기적인 그녀'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에 입을 뗀 김주현은 "당연히 논란이 불거질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 논란을 피하고 싶어 인터넷을 보지 않았다. 나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보는 걸 보는 것도 불편했고 이런 날 응원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만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연기하는 배우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었다. 내가 준비된 배우, 연기력으로 문제없을 배우였다면 이런 문제도 안 생겼을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게 조심스럽다. 혹여 또 이런 심경으로 방송을 앞둔 '엽기적인 그녀'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 당시 불거진 논란은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시련을 극복했다기보다는 다음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 내가 노력하고 성장하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많이 배웠던 시기였고 좋은 약이 됐다"고 훌훌 털어 넘겼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한해 속 여러모로 '판도라'는 김주현에게 많은 의미를 남긴, 특별한 작품이 됐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어 넣어줬고 공백기를 탈출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이제 막 꽃 피운 연기력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리틀 한가인' 수식어가 아닌 배우 김주현으로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판도라'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부분이고 제일 감사한 점이죠. 물론 '리틀 한가인'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분에 넘치는 행복이지만 배우로서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행복이 더 크잖아요. 그리고 한가인 선배에게 대적할만한 외모도 아니고요. 과장된 수식어였어요. 하하. 이렇게 한 발 한 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나중엔 진짜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때까지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려고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영화 '판도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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