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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게스트를 살리는 예능, 이미 잘 나가는 게스트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예능. 전자는 꾸준한 시청률을 얻고, 후자는 화제성을 얻지만 정체성을 잃는다.
결국 시청자들은 '왜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위상이 하락하며 고정 MC들 마저 자신의 능력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싶어진다. 케미는 거기서 끝.
'전자'와 '후자'에는 어떤 예능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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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송의 시청자 중 '런닝맨'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부산까지 내려간 트와이스의 예쁜 얼굴과 먹방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트와이스는 사실 다른 모든 방송에서 시청 가능한 트와이스다. 고정 MC들은 유독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다지 '달리지' 않았고, 케미도 없었다. 다음 게스트는 블랙핑크이며 그 다음은 김소현이 출연한다. 사람들은 블랙핑크와 김소현을 보겠지만 '런닝맨'의 시청률은 장담할 수 없다.
트와이스편은 큰 화제가 됐지만 시청률은 전편에 비해 0.5% (6.2%, 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하락했다. 동시간대 3위, 우려와 함께 시작한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첫방(6.8%) 보다 낮은 시청률이었다. 오랜 애청자들은 멤버간 '이름표 뜯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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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아', 0.5% 시청률 프로그램의 횡포
공간은 흰 벽지와 흰 바닥 뿐이다. 현 예능 중 가장 단촐해서 더 잔인한 멍석이다. 그림은 게스트가 다 뽑아야 한다. 정형돈이 돌아왔지만 시청률은 0.5% 수준, '아이돌 예능'의 터줏대감이라는 말도 무색하다. 하지만 출연한 아이돌들은 국민 예능에 출연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댄스 루틴을 수없이 반복하고, 2배속으로 소화하거나, 머리채를 흔들며 막춤을 춘다. 평범한 말을 하거나, 크지 않은 리액션을 하면 정형돈과 데프콘 '삼촌'의 질책이 쏟아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기대에 부응하려는 어린 아이돌을 모습은 때로 딱하기까지 하다.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너가 좀 해봐'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이제는 "잘 좀 해봐"라는 MC들의 노골적인 말도 '주간아'의 매력으로 둔갑했다. 아이돌은 땀으로 범벅이 되는 사이, ''주간아'에서는 다 내려놓고 최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자존심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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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입장에서 MBC '복면가왕' 이나 '라디오스타' 출연이 주는 순기능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복면가왕'은 가장 체계적인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인정 받는다. 게스트들은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가창력을 뽐내며 인생역전을 이루고 새 삶을 부여받거나, 숨겨왔던 비밀을 공개해 박수받기도 한다. 배우 최민용은 10년간의 잠적을 '복면가왕'을 통해 마무리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균 시청률 12~14%대.
'라디오스타'의 시청자들은 사실상 누가 게스트로 나오더라도 '최소 평균 이상'은 재밌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게스트의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 4MC의 케미는 독하고 짓궂지만 게스트를 살리는데 집중돼 있다. ''라스'의 출연은 다른 프로그램 섭외로 이어지고, 심지어 한번의 출연으로 전성기를 부여받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게스트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다. 또한 이미 정상급인 스타들도 '라디오스타'를 찾는다. 연말은 빅뱅 완전체와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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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와 방송인 조우종, JTBC '말하는대로'의 다음주 게스트들이다. 심 의원은 '최순실 사태'로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넬 예정이고, 조우종은 취업과 퇴사, 이직에 대한 조언과 격려고 젊은이들을 어루만진 다는 계획이다. 심 의원은 자신이 진행중인 '시국 버스킹'이 사실 '말하는대로'에서 착안한 것임을 밝힐 정도의 애청자. 그만큼 '말하는대로'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자발적이다. 마이크를 잡고 거리로 나선 그들은 누군가의 강요나 짜여진 대본 없이 소통을 즐긴다.
유병재는 절묘하고 속 시원한 시국풍자로 '작은 거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이례적으로 재출연을 자청해 7일, 다시 시민 앞에 선다. 또한 배우 신동욱은 6년만에 나타나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라는 질병을 고백하며 시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첫 방송 전, '심심하다'는 우려를 받았던 이 예능의 시청률은 평균 3%대, 어느덧 JTBC의 간판 예능으로 성장하고 있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