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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판타지 캐릭터일까.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MBC 'W'였다. 'W'는 인기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현실 세계의 초짜 의사 오연주(한효주)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었다. 'W'는 이종석과 한효주의 멜로 연기는 물론 장르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파격 전개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도 판타지 주인공의 출격은 계속되고 있다.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은 인어 전지현을 내세웠다.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인어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작품은 익숙하지 않은 인간 세상에 적응해가는 인어의 모습을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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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은 '판타지의 한계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이제까지 수많은 로코물이 재벌 2세, 혹은 만능 스펙남과 평범하다 못해 부족하다 싶은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그려왔다. 이렇게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시청자들도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드라마의 메인 스트림이 되어버린 로코물을 대신할 장르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재벌 2세나 톱스타와 연애하는 신데렐라는 너무 식상한 소재다. 대신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들을 등장시켜 상상에 그쳤던 것들을 드라마로 만든다. 이제까지와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드라마에 대한 상상력을 키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정적이던 장르와 캐릭터의 범위를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된 결과인 것 같다. 기존의 현실적인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시청자의 상상력을 통해 극의 임팩트를 한층 키우는 효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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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주인공 자체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조금 떨어져도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있다. 무한 판타지를 펼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현실 반영이 필요없다는 것이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의 최장점이다. 또 스타 작가, 스타PD, 대형 스타의 조합이 성사되면 그만큼 상상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재원과 지원이 된다. 자연적으로 제작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처럼 시국이 불안정하고 현실이 각박할 때는 항상 판타지가 통한다. 각박한 현실을 타개할 영웅을 바라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런 인물을 찾아볼 수 없으니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판타지 주인공을 내세울 때도 조건은 필요하다. 관계자들은 "가상 현실과 괴리감이 덜하고 익숙하면서도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실성이 없는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난감한 주인공을 만들어낸다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워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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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도깨비나 인어와 같은 설화 속 주인공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구전으로, 혹은 동화책으로 접해왔던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굳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납량특집의 단골 소재였던 구미호나 전래동화에서 흔히 등장했던 선녀 이야기도 색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 될 가능성이 높다.
줄거리를 비튼 타임슬립물의 등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타임슬립물이 보통 역사에 중간 인물로 개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본인이 직접 역사 속 주인공이 되는 식의 드라마도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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