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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아이유가 '진짜 노래'를 하기까지..스물넷의 성장통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12-05 12:58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10년 전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낯가림이 심한 중학생이었어요. 가진 게 하나도 없었죠. 노래 잘하고 예쁜 사람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있었고 실제로 가난하기도 했어요. 다가가기 힘든 불편한 막내같았죠."

아이유가 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스물네 걸음:하나둘 셋 넷'에서 꺼낸 이야기였다. 혼자 꿈꾸고 생각하길 더 좋아했던 그 소녀는 바로 아이유의 10년 전 자신이었다. 어느덧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 아이유가 데뷔 전부터 현재까지, 중학생이 스물넷의 나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2008년 데뷔한 15세 소녀 아이유는 자신보다 키가 큰 기타를 연주하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고 유명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귀엽고 앳된 외모로 사랑을 받더니 결국 '국민 여동생'으로 우뚝 섰다. 또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성숙한 음색과 가창력으로 '신드롬' 마저 경험했다. 하지만 화려했기에 외로움의 공간은 더 컸다.


"내가 허투루 살고 있는 것 같고, 돌아갈 곳도 없는 것 같고. 그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시작했어요.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단 한 줄이라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필요했어요. 얼마 전 일기장을 넘겨보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고요. '따뜻한 곳에서는 나도 같이 따뜻해지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온기가 나를 더 춥게 만든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꿈'이었다. 아이유는 미래가 불투명했던 연습생 때에도 큰 성공을 거둔 스물넷의 나이에도 외로움을 느꼈다는 자기 고백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야기에 얽힌 노래를 데뷔 때로 돌아가 정성껏 불렀다.

'섬데이(Someday)' '어 드리머(A Dreamer)' '싫은 날' '미아' 등 발라드곡을 부르며 기타를 연주할 때면 히트곡 메들리 보다 반가운 진심을 전했고, '봄 사랑 벚꽃말고' '너의 의미' '소격동'을 부르며 한때 우울증에 고생했던 일도 고백했다. 인기가 절정에 있던 2014년에 생긴 일로, 큰 성공 뒤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키웠던 어느 날이다.

아이유는 "곡 발표를 할 때마다 '내가 이러한 칭찬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이상하게 기분이 우울했다"며 "그 칭찬을 만끽하지 못 하고 오히려 고민하다가 스스로를 폄하하기 시작했다. 행복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을 갖춘 해였는데 그 해에 스스로 못미더워하고 힘들어 했다. 활동하기가 힘들었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스스로 음반을 완성해야겠다고 다짐한 건 그 즈음이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챗 셔'는 자신의 모습을 구석구석 투영해 만든 앨범으로, 아이유는 "저의 심심함과 그 심각함, 저를 괴롭히는 장난기를 눌러서 만든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앨범을 발매하면서 아이유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초반에는 음원 차트 '줄세우기'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신곡을 놓고 재해석의 자유, 저급한 콘셉트 등의 상반된 의견이 편 가르듯 쏟아졌다.


아이유는 데뷔 이래 가장 큰 풍파를 감내해야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애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앨범이라서 더욱 아팠다. 아이유는 "그 '챗 셔'는 나에게 단연 아픈 손가락"이라며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라서 꼼꼼히 들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란 사람을 꼼꼼히 봐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뷔 이후 요즘 내 모습이 가장 좋다"며 "9년 만에 사랑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유는 밝고 건강하고 명랑한 무대로 채워졌다. '부' '마시멜로우' '레옹' '좋은 날' 등을 부른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던 자기 폄하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듯 무대 여기저기를 마음껏 누볐다.

"스스로를 탐구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러다 보니 저를 미워하는 마음이 많이 해소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끊임없이 생각해요. 보여지는 내가 아닌 진짜 나에 대해서. 제가 걸을 스물다섯 번째 걸음은 좀 더 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고요, 많은 분들이 눈 여겨 보시고 칭찬해주실 수 있는 걸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연은 아이유의 진솔한 음악으로 가득 찼다. 아이유는 '부', '마쉬멜로우', '좋은 날', '너의 의미', '제제' 등 데뷔 때부터 발표된 곡을 총망라해 무대를 꾸몄다. 히트곡 무대로 반짝 환호를 이끌어내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소녀가수에서 국민여동생, 싱어송라이터이자 진솔한 스토리텔러로 성장한 아이유가 이제야 진짜 자기 노래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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