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배우' 정우성이 런던 한국영화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영화 상영 전 무대인사에 오른 정우성은 "어떤 기대를 하고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기대를 다 버리시구요. '아수라'에는 정의도 없고, 의리도 없고, 낭만도 없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한다. 제발 끝까지 잘 버티시길 바란다"는 위트 있는 인사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영화가 끝나고 열린 Q&A 세션에서 정우성은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셨을 때 '한도경' 캐릭터의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정했다. 시나리오를 보고난 뒤에는 당황했다"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님이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난 뒤 '이게 뭐에요'라고 되물었다"는 답변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정우성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통 영화들 혹은 누아르 장르의 경우는 스토리 위의 서사에서 주인공이 위기를 이겨낸다. 정의까지는 아닐 수도 있지만, 승리의 쾌감을 얻는 것이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들의 관습적인 주인공"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수라의 주인공은 '한도경'이 아니라 (배경도시인) '안남'이라는 세계관이 주인공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관에서 얼마만큼 어울리고 한도경스럽게 살아남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캐릭터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의 이야기에 김성수 감독도 거들었다. 그는 "범죄 액션영화나 필름 누아르는 선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가진 폭력으로 악인이 가진 나쁜 폭력을 이겨서 통쾌감을 준다. 그게 관객과의 약속"이라며 전제를 깔았다. 김 감독은 "그런데 사실 그것은 영화에서만 나온다"면서 "현실에서는 선한 사람이 악을 이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악인들끼리 싸워서 내부 분열로 붕괴되는 경우는 봤다. 최근 한국도 그렇다. 그래서 영화속에서는 착한 사람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악인들이 지배하는 악한 사회는 착한 의지나 착한 생각이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팬들과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정성스럽게 사진도 찍고, 사인도 했다. 구름팬들의 요청에 미처 다 응하지 못하고 퇴장하는 그의 매너는 빛났다. 관객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감사를 표했다. 관객들은 정우성의 젠틀한 모습에 너나할 것 없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편 유럽 내 최대 규모의 한국 영화제로 자리잡은 '런던한국영화제'는 영국 대중들에게 한국 영화 신작을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 한국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영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영국 현지에서 한국 영화가 지속적으로 배급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총 10개 부문에서 6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여성 영화 특별전'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미망인'(1955)을 비롯,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10인의 작품이 소개된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gunlee@, 정리=이지현 기자 olzllovely@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