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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색다른 악녀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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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마 모든 시청자들이 가장 경악했을 순간일텐데 자신이 가장 아끼는 동생이라 꼽아왔던 10황자 왕은(엑소 백현)이 순덕(지헤라)과 몸을 숨긴 은신처를 정종(3황자 왕요, 홍종현)에게 발고해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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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그렇다 보니 얄밉다고 해주시는 것도 칭찬인 것 같아요. 역할에 대한 반응을 해주시는 거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정말 강자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인상 쓰거나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는데 역으로 많이 웃고 여유를 가지면 더 무서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단순한 악역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많이 연구하고 표현 방법도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해수에게 '니가 혼인을 하게 되었다'라면서 웃는 장면도 혹시나 해수가 (왕)욱이 오라버님과 결혼할까봐 걱정하던 연화에게는 문제가 해결된 거죠. 너무 행복하고 가뿐한 거예요. 활짝 웃으면서 대사를 했는데 정말 얄밉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달아라' 대사 역시 역으로 비틀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애청자분들은 유행어처럼 사용하시는 거 보면서 뿌듯하고 기분 좋았어요. 저도 제일 좋아하는 대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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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밉고 못된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짠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인이라는 한계에 갇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했다. 그렇게 원하던 왕소와 결혼해 황후가 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왕소의 마음은 항상 해수에게 향해 있었다. 결국 황보연화에게 남은 것이라곤 껍데기 뿐인 황후 자리와 아들 뿐이었다. 한번도 누군가의 진심을 얻어본 적 없고, 오빠도 마음에 품은 이도 모두 해수에게 빼앗겨 버렸으니 불쌍하기도 하다.
"연화는 어느 순간 왕소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지만 그래도 애정을 기다려요. 어쨌든 연화에게 사실 더 중요한 건 정치적인 것들이고 살아서 목적을 이루는 게 1순위니까 왕소를 위하는 척 자꾸 손을 잡으라고 설득하죠. 그런 면에서는 연화가 똑똑한 것 같아요. 자기 목표를 위해 능동적으로, 진취적으로 가니까요. 그런데 저는 제 캐릭터니까 항상 애정을 갖고 이해하려고 하게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딱해요. 비참한 장면들이 나오기 전부터 연민이 생겼어요. 모두 다 행복하게, 마음 편하게 웃고 즐길 때조차 그러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감정에 충실할 수 없는 아이라는 거니까요."
역대급 악녀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악역, 무턱대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은 감사하지만 왕소에 대한 마음이 좀더 많이 표현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짝사랑이지만 더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많이 표현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시는 분들도 진심인지 아닌지 하셨잖아요. 저는 약간 비뚤어지게 표현하는 것도 짝사랑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했어요.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속은 상하는데 자존심이 있으니 티는 못내고100% 정치적인 파트너인척 얘기하는 상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왕소를 진짜 좋아하는 마음이 덜 표현된 것 같아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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