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제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어엿한 배우 김유정이다.
|
"영과 라온의 관계는 정인의 관계도 있고 벗으로서의 관계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기도 했고 백성과 군주의 관계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많은 의미가 담긴 장면이었죠. 라온이는 오랫동안 사내아이로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영이 '여인이 여인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첫번째 백성은 너'라고 했을 때 라온이의 마음이 꽉 차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영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잘 표현해 준 대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스스로 만족하진 못하지만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느 정도 따라가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멜로 연기가 어렵다기보다 너무 재밌게 촬영했어요. 오히려 초반에 티격태격하고 소리지르고 싸우는 장면이 어려웠어요. 초반 촬영이다 보니 아직 서로 살짝 익숙하지 않고 풀어지기 전이다 보니 그런 연기할 때 어렵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같이 구덩이에도 빠지고 더운데 고생하고 하다 보니 서로 잘 풀리면서 믿고 의지하며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
"세 분 다 연기 열정이 많이 보였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습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박)보검 오빠는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살면서 당연시 되거나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보검 오빠는 그걸 하나하나 다 알아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줘요. 진영 오빠는 저희 중 맏형이었어요.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됐어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제 속마음을 끌어내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얘기 할 때도 편하고 즐겁게 얘기할 수 있게 해줬고요. (곽)동연이 형은 말 안해도 힘이 되는 존재였어요. 따뜻하고 진짜 형 같은 존재,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존재, 옆에 있으면 그냥 힘이 나는 그런 존재였어요. 오빠라고 할 때도 있고 형이라고 할 때도 있는데 우리 둘 사이에는 형이란 말이 더 따뜻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8월 22일 첫 방송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8.3%(닐스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했던 작품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이 2배 가깝게 뛰어올랐고, 방송 7회에서는 시청률 20% 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이후 올림픽 중계와 프로야구 경기 중계 등의 여파로 시청률이 소폭 변동되긴 했지만 꾸준히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2.9%. 18회 평균 시청률은 18.29%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장 시청자 파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에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 시청률 공약을 지키고자 광화문에서 주인공 4인방의 팬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이 현장에는 수만 명이 몰려들어 작품과 배우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팬사인회 때 너무 놀랐어요. 이분들이 다 우리 드라마를 보신 건가 하고 신기했죠. 처음으로 드라마 팬분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얼굴도 잘 안보이고 200분 밖에 사인 못 해드려서 아쉬워요."
첫 주연작으로 대박을 냈으니 신날 법도 한데 김유정은 의연했다. 혹자는 인생작, 혹은 인생캐릭터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아직 배우로서 보낼 날이 더 많은 만큼 차근 차근 다음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너무 덥고 힘든 촬영이 반복되니까 지칠 수밖에 없었어요. 시작하기 전에도 저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불안하고 걱정도 되고 흔들린 적도 많았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주변 분들이 항상 칭찬해주시고 용기를 주셨어요. 자신감 생기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힘내서 했던 기억이 나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배운 계기가 된 작품인 것 같아요. 더 좋은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것 같고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서 성인 연기자 도전에 성공했다고 해주시는데 한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게 처음이긴 했지만 실제 저처럼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는 성장 과정의 경계선에 있는 모습이 보여져서 그런 것 같아요. 저처럼 과도기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클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기도 하고 제가 더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어요. 좋은 시너지를 받은 것 같아요."
silk78220@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