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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심은경이 슬럼프와 이를 극복한 사연에 대해 고백했다.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생각시(어린 궁녀) 중 하나로 출연, 처음으로 연기를 경험한 심은경은 2004년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명세빈의 아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영화 '헨젤과 그레텔'(07, 임필성 감독) '불신지옥'(09, 이용주 감독) '퀴즈왕'(10, 장진 감독) 등을 거치며 성장했다.
특히 심은경은 2011년 개봉한 '써니'(11, 강형철 감독)로 736만명을,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으로 1231만명을, 2014년 '수상한 그녀'(황동혁 감독)로 865만명을 끌어모으며 충무로 '최연소 흥행퀸'으로 거듭났다. 최근엔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자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연상호 감독)에서 강렬한 오프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걷기왕'을 시작으로 돌연 저예산 독립영화로 행보를 옮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데뷔 이후 정말 운이 좋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제 작품을 보고 감동을 하거나 울지 않았어요(웃음). 일부러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더 냉정하게 평가하려고 하는 편인데 '걷기왕'만큼은 엔딩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런 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민망했어요. 하하. '갑자기 왜 이래?' 싶었죠. 물론 이런 뭉클함이 제가 한 연기에 감동했다기 보다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통해 위로받은 것 같아 울컥한 것 같아요. 제가 출연한 작품인데 이렇게 감동을 해도 되는 건가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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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 같은 경우에는 영화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리고 일단 두 작품은 영화에 빠져들어 보기보다는 내 연기가 얼마나 부족하고 괜찮았는지를 판단하려고 해서 제대로 못 본 것 같아요(웃음). '걷기왕'은 스스로 많이 내려놓은 상태에서 촬영하기도 했고 기존 영화와 달랐다는 점도 영화 자체만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전작에서는 슬픈 장면에서 감정이 극대화된 연기를 원하잖아요. 그런데 '걷기왕'은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서 더 감동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복이라는 캐릭터가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고 따뜻하면서 뭉클함이 전해졌어요. 엔딩은 너무나 만복이 다운 선택이었고 '걷기왕'다운 선택이어서 좋았고요. 순진무구한 영화를 오랜만에 본 것 같아 기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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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수상한 그녀'가 개봉될 시점부터였던 것 같아요. 865만명이라는 너무나 분에 넘치는, 예상치 못한 사랑을 받아 놀라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수상한 그녀로' 상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한동안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저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죠. 옛날에는 연기를 즐겨서 했는데 '수상한 그녀'로 칭찬을 많이 받으면서 '연기를 잘해야 해'라는 강박에 사로잡히더라고요. 또 계속 작품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했고요. 이런 혼란 때문에 연기적인 면에서 착오가 많았고 슬럼프도 시작된 것 같아요. 늘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눈 떠 보니 많이 흔들리고 있더라고요.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해왔더라?' 등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특히 '내일도 칸타빌레'가 슬럼프의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해 스스로 실망감이 컸으니까요. 많은 관심과 더불어 많은 비판,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를 잘 몰랐죠. 촬영하는 내내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전전긍긍했고 그래서인지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이 과했죠. 원래대로, 하던 대로가 아니라 제 연기를 과시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셈이죠. 대중의 비판은 당연했어요. 부족함을 깨달았고 후회도 많이 했던 시기였어요. 그래도 당시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경험이 약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시련 속을 겪어야 발전도 있죠(웃음). 시간이 약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시기에 '걷기왕'을 만났죠. 애어른처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이게 제 솔직한 진심이에요. 거짓 없이 보여주고 싶은 게 맞다고 생각하고 또 이게 제 모습이니까요. 지금도 고민이 많고 앞으로 더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하하. 불안하게 없지 않은데 어떻게 잘 대처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걷기왕'을 통해 터득한 것 같아요. 하늘에서 '이 영화를 찍고 편하게 마음을 가져라'며 주신 선물 같아요. 하하. 얻어 가는 게 더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영화 '걷기왕' KBS2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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