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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엘 "성형제의 많았지만...내 얼굴 맘에 든다"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10-06 21:35 | 최종수정 2016-10-08 09:33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이렇듯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배우가 있을까.

얼굴에 이야기가 있는 배우, 이엘을 만났다. 그는 최근 종영한 MBC 50부작 드라마 '몬스터'에서 화평단 소속 비밀 로비스트 옥채령 역으로 열연했다. 빼어난 미모와 섹시함으로 중무장, 비밀 정보원 노릇을 하며 강기탄(강지환)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오가며 남성중심의 극의 흐름 사이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어느덧 8년차 배우인 이엘, 대중에게 확실히 존재를 각인시킨 영화 '황해'와 '내부자들' 그리고 드라마 '몬스터'까지 늘 강한 배우들 사이에서 강한 역할로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채워가는 중이다. 실제 만난 그에게서도 영화 속 캐릭터들과 같은 당당한 아름다움이 흠뻑 묻어났다. 신비로운 외모, 시크한 눈빛과 달리 진솔하고 수더분한 매력이 느껴지던 이엘은 '몬스터' 그리고 배우 이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최근 '몬스터'의 촬영을 끝낸 이엘은 "사실 시원섭섭하다. 늘 작품 끝나고 만족할 수가 없다. 왜 재방송 보면 더 잘할 걸 이런 아쉬움이 크다. '몬스터' 자체도 무거운데다 대사도 각 있게 해야하고, 말하듯이 하면서도 포인트를 짚어줘야 하는 대사들을 소화해야 했다. 계속 정치적인 얘기들, 속고 속이고 복수하는 내용이라 대본 숙지가 어렵기도 했다. 다시 하면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문을 텄다. (이하 일문일답)

-'몬스터'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작가님들이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더라. 감독님도 보시고 오케이, 이렇게 세분이서 선택을 해주신 것 같다. 감사드린다."

-강지환, 정보석, 이덕화 등 카리스마에 일가견있는 배우들과 함께한 작업이다. 악역의 끝판왕들, 센캐들 사이에서 연기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안정적이었다. 선배 배우 모두 자신들의 경력과 해석이 있을텐데도, 저를 많이 봐주시고 받아주셨다. 강지환 오빠는 이 씬에서 얻어가야 할게 있는데 제가 만약 놓치고 지나가면 '니가 여기서 좀더 이렇게 했었어야지' '니가 그래야 좀더 보이지' '그래야 너에 대한 감정이 생기지' 이렇게 챙겨주셨다. 정보석 선배도 어떻게 보면 안기고 술마시고 곤란하게 만들고 이런 액션들인데 편하게 잘 해주셨다."


- 기에 눌리거나 그러진 않았나? 사실 안그랬을 것도 같다(웃음)

"지환오빠를 포함, 정말 다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자극해주고 열어주셔서 정말 편하게 했다. 사람 간에 긴장이 풀어지다보니 캐릭터로 대할땐 오히려 더 안눌렸고 오히려 생갭다 약하게 나오면 더 하라고 해주셨다. 다 자기를 흔들어 줘야 분노하고 미치고 한다고(웃음)"

- 개인적으로 결말은 만족하는 편인가?

"사실 '기탄이를 위해 죽었더라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화평회 또한 강기탄 없었어도 물려줬을 수 있는데 왜 괜히 물려주고 생색이지 하기도(웃음) 해피엔딩을 바라는 분들도 많았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행복하게 끝난 것 같다."

-마초들 사이를 오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 이번 캐릭터를 위해 가장 신경써서 표현한 점은?

"사실 뭐 여기저기 유혹해서 복수하고 음모하고 워낙에 많이 해 왔던 거라…이번엔 기탄이에 대한 순애보 감정에 신경을 썼다. 그것을 모든 행동의 동기로 만들었다. 그렇게 음모를 꾸미고 작전 꾸미고 기탄이를 돕는 건 돈 때문이 아니었지 않나. 그래서 그 감정 생기는대로 눈물 나면 나는 대로 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작품은 좀 살벌하지 않나.

"다들 심각하게 연기하다가 '컷'하면 서로 심각했고 진지했던 모습에 웃어버린다.(웃음) 연기하다가 갑자기 끝나면 감독님 또한 그런 편이고. 너무 스케줄이 빡빡하거나 밤샘 촬영을 하지 않는 이상 다들 너무 재밌어했다."

-'몬스터'의 50부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캐릭터도 힘들었다. 실제로 아프기도 하고 교통 사고도 크게 났었고. 근데 진짜 (강)지환 오빠가 신기했던게 절대 내색을 안하더라. 저는 처음에는 몰랐다. 같이 연기 하는데 표정이 너무 안좋길래 '무슨 일 있나' 싶었는데 아팠다더라. 아픈사람이 미안할 일이 아닌데 미안하다고…정말 남자답게, 주인공 답게 작품에 임하더라."


사진제공=MBC
-치명적이고 예뻐야 하는 캐릭터다. 스타일에도 힘줬을 것 같은데.

"스타일적인 부분은 섹시함도 어느정도 있어야 하고 또 너무 나이들어보이는 것도 안되고 젊게 입어도 안되고. 각 시기 별로 위치나 입장에 따라 헤어스타일이나 옷에 변화를 주며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립스틱, 항상 제일 많이 신경이 쓰였다. 그랬더니 다행히 신경 쓴걸 알아봐주시더라."

-옥채령이라는 캐릭터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나?

"의리 있다는 점. 그게 오히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되게 인간미 있는 캐릭터다. 끝까지 기탄을 도와주고 그러면서도 '니 손에 죽을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하는 친구다. 물론 보여지는게 몸매 부각이나 섹시함을 어필해서 유혹하고 정보 빼내고 뛰통수 치고 그런거지만, 국철이가 고등학생 때 그때부터 30대 후반까지 옆에 같이 있어주는 그것만으로도 이 캐릭터의 동기나 인간미가 보여진다."

-반면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어느 정도 기탄이 곤경 처했을 때 몇번을 구했다. 마음을 강하게 어필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못다가가더라. 끝까지 그냥 옆에서 바라만보고 질투만 하고. 성격상 할법도 한데 안하더라. 가슴아픈 사랑을 하더라(웃음)"

-실제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그렇게 순정파인가?

"제가 진짜 누굴 좋아하면 말 못한다. 바보 되서 얼구 진짜 엉뚱하고 괜히 이불킥 하는 스타일이다. '왜그랬지' '하지 말걸' 너무 좋아하면 오히려 안되더라. 어느정도 호기심의 레벨이 같이 맞아지면 사실 끝도 없이 재밌게 연애할 수 있는데, 너무 좋아해버리면(웃음) 그래서 친구들이 그 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달라고 했다. 그 얼굴에 니 성격은 아닌 것 같다며. 좋아하면 다 한다. 다 퍼주고 끝까지 쏟아붓는 타입이다."

-'내부자들'에 이어 '몬스터' 이후 인기를 실감할 것 같다.

"사실 그런 반응을 확인하려 일부러 돌아다니기도 한다(웃음) 긴 세월 동안 바라던 반응이라 너무 좋으니까. 그런데 정말 집에서 입던 차림으로 나간다. 가끔 멀리서 소근소근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다가오시질 못하더라. 그런데 저한테는 막하셔도 된다. '그런 사람' 아니다(웃음) 제가 너무 엉망이면 사진은 못찍어드리지만, 같이 인사도 나누고 싶다."

-배우의 길을 택한 것, 만족하나?

"이거 안했으면 저는 좀 별로였을 것 같다(웃음) 주변에서도 '그쯤 했으면 그만해' 딴거 알아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네 생활이 안되고 힘든데 그걸 붙잡고 있을 이유가 뭐냐고. 그래도 저는 포기가 안되더라. 당장 배고픈게 이거 그만둔다고 어디 가서 월급 받으면서 만족하는것도 아닐테고.




-살짝 신비로운 느낌의 얼굴, 본인은 마음에 드나?

"제 광대뼈도 좋고 턱라인도 좋고, 짝이 다른 쌍꺼풀도 좋고 다 좋다. 이게 '내가 정말 예쁘다' 그런 소리가 아니라 그냥 제 얼굴이라서 좋은거다. 사실 좀더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들자는 성형 제의를 엄청 받기도 했다. 근데 저는 그게 제 스스로에게 안되더라. 저 자체가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시작도 안했다."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왜 그런거 있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의 첫 정보를 접할 때 배우 누구 했을 때, '이엘 나오네? 재밌겠다' 하는 거. 그렇게 선택되어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정도는 아니어도 '어? 이엘? 괜찮았는데? 재밌을 것 같아' 소리가 나오게 되는, 꾸준히 재밌고 다양한 작품을 만나면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이 김은숙 작가와의 '도깨비'다. 새로운 매력, 기대해도 될까?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 긴장된다. 워낙에 훌륭한 김은숙 작가, 감독님, 공유, 이동욱, 김고은 등의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있다. 또 삼신할매라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다. 기술적인 분장도 해야 하는 연기라 어렵다. 아주 다르진 않지만 여태껏 보여주던 매력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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