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개그계의 신사'에서 '클러버'라는 반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수홍 입니다.
|
우리가 그를 너무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자신도 예측 못했던 늦바람일까요? 박수홍은 어쩌다 '미운우리새끼'가 된건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스포츠조선이 이야기를 들으러 나섰습니다.
마음 같아선 그를 위한 클럽 인터뷰에 도전하고 싶었으나, 마치 클럽에 있는듯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SC클럽 VIP' 입장권을 선물하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습니다.
|
"전혀 신경 안 썼다면 거짓말이죠. 처음에 방송보니까 너무 클러버더라고요. 옛날 여자친구 얘기까지 하고. 그래서 나 너무 이상하게 나오는거 아닌가 걱정도 했죠. 근데 상관없을 것 같았어요.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잖아요. 하하. 숨기려고 숨길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요. 그게 겁난다고 맨날 집에서 TV 보는 것만 내보낼 수는 없잖아요. 놀기 좋아하는 것? 그게 제 모습인걸요."
박수홍의 말처럼, '미우새' 속 모습은 바로 박수홍의 평소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럼 우리가 그동안 진짜 박수홍을 몰랐던 건지, 아니면 어떤 계기라도 있어서 변하기로 마음 먹은 건지 궁금하네요.
"착실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어했던 건 사실이예요. 천성 자체도 그런 면이 없지 않겠지만, 어쩌면 나로 살기보다는 바른 이미지로 살려고 노력한 것도 있을 거예요. 물론 덕분에 제 인생에 도움도 많이 됐죠. 연예인으로 예전부터 활동하니까 저도 모르게 조심성이 배어 있었나봐요. 누군가를 의식하는 직업이고요. 지금도 자유롭게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조심하는 부분이 있어요. 직업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나름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거죠. 노는 것 좋아하고,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이제는 좀 더 저를 드러내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는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은 그의 성실함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수홍은 데뷔 이후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2~3개의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할 정도로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큰 사건사고나 스캔들에 휘말리지도 않고 말이죠.
"(유)재석이처럼 탑을 친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방송이 없을 정도로 힘든 적도 없고요. 군대 빼고는 거의 3개 이상 방송을 꾸준히 해 왔어요. 라디오도 오래 했고. 거의 매일 스케줄이 있었죠. 그런 면에선 운이 좋았죠. 뭐, 저도 연예인인데 왜 유혹이나 연애사 하나 없었겠어요. 철저한 관리라기 보단 운이 좋았죠. 조심성이 너무 많긴 했어요. 옛날 여자친구는 헤어질 때 저한테 '길에서 손 한 번 잡아줬냐'고 원망한 적도 있어요. 그런게 미안했죠. 요즘은 당당하게 보여주는 트렌드이긴 하지만 몸에 밴 게 있어서인지 선은 지키게 돼요.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다 하라고. 내 기준에서 정말 자유롭게 해도 남들 볼 때는 큰 일탈이 아니라고요. 하하하."
|
학창시절에도 모범생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박수홍은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다"라며 웃음 지었습니다. "당구도 안 치고 담배 피는 애들 가까이 안가고, 사건사고 없는 평범한 아이였죠. 고등학교 때 갑자기 키가 커서 맨 뒷자리 앉아 우스갯소리나하고.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교무실 불려 가는 일은 없는 애. 여자형제가 없으니까 소개팅 미팅 같은건 자주 했던거 같아요. 아,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하는 애들이랑 어울리며 기타를 쳤어요."
음악을 좋아했던 박수홍, 알고 보니 가수가 꿈이었다고 하네요. 평범함 속에도 일찌감치 피어난 '끼'는 어떤 식으로든 숨길 수 없었나봅니다.
"저는 사실 꿈을 이룬거예요. 어릴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고, 연예인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도 했죠. 제가 한 시상식에서 김원희 씨 드레스를 발로 밟은 적이 있는데, 그 순간이 꿈에서 본 것처럼 익숙한거예요. 생각해보니 군대 있을 때 아주 자세히 썼던, 내가 상상했던 시상식 그림 그대로였죠. 아, 그게 간절함이었구나 싶었죠. 누구나 간절하게 원하면 한 가지는 이뤄지는 거 같아요. 제 재능은 운 좋게 개그맨으로 꽃 핀 거 같아요. 사실은 가수가 될 줄 알았어요. 개그맨 시험도 피아노 건반 쳐서 붙었고, 좋아하고 노력도 했는데 가수로는 안 풀리더라고요. 대신 제가 직접 치고 작곡한 곡을 라디오에서 배경음악으로 쓰고 있어요."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클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박수홍은 음악 못잖게 사람 만나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방송에서도 그의 곁에는 늘 친구들이 있죠.
"인생 희노애락에 사람한테 받는 영향이 제일 크잖아요. 사람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요. 저는 사람 만나는거 좋아해요. 지금 클럽 다니는 멤버들 있잖아요. PD부터 검사, 변호사, 자동차 딜러, 헤어디자이너, 배우, 레스토랑 사장 등 정말 다양해요. 근데 다들 총각이죠. 하하. 주위에 결혼을 한 친구들이 많으면 영향을 받을텐데. 제가 어울리는 친구들이 거의 미혼이라 결혼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거의 20년지기들이예요. 제가 소개해 주고 그런 걸 잘해요. 그렇게 제 지인들이 서로 친해지고 잘 지내는 게 정말 좋아요."
추석특집으로 방송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MBC '톡쏘는 사이'에서 동기인 남희석, 김수용과 여행도 떠났는데요. 박수홍은 전혀 방송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그저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러간듯 즐거웠다고 합니다.
"그건 정말 방송이 아니었어요. 옛날 어릴 때 모습으로 돌아가서 카메라도 신경 안 쓰게 되더라고요. 요즘 운이 좋은지 방송 같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들어와요. '미우새'도 그냥 내 생활 그대로 찍는거고요. 거의 24시간 찍으니까 카메라 의식 안하고 그냥 그 앞에서 잠들기까지 할 정도죠. '톡쏘는사이'도 그냥 동기들이랑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라디오는 그냥 나한테 딱 맞는 옷이고요."
|
스튜디오에서 진행자로 박수홍이 익숙했던지라, 이런 이야기는 의외였는데요. 박수홍은 토크쇼보다는 '1박2일'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가 잘 맞는 성격이라고 하네요.
"저는 의외로 성격이 단순해요. 어느 순간 카메라는 잊고 편하게 행동해요. 오히려 남의 얘기를 끌어내야 되는 진행자 역할이 힘들거든요. 제가 방송에서 맨날 남의 얘기를 듣는 위치다보니 내 속 얘길 털어놓지 않잖아요. '미우새'나 '톡쏘는사이'는 내가 말 많이 해도 되고, 아예 안 해도 되고. 내가 행동하는 그대로 찍어서 방송하니 너무 편한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1박2일' 같은 프로가 잘 맞을 것 같아요. 제가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요... 사실 앉아만 있는게 얼마나 힘든데요. 스튜디오에만 있는건 너무 많이 했잖아요. 야외로 나가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일면만 봐도, 아직 우리가 몰랐던 박수홍의 모습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데뷔 25년이 지난, 바로 지금이기에 가능한 변화기도 하고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제가 이타심이 많아서 '가족이 행복해지고, 주위사람이 만족하고, 남이 날 좋게 봐준다면' 그런 걸 신경 썼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형이 이기적으로 좀 살라고 하고, 동생이 제 행복만 생각하라고 하더라고요. 가족이 그렇게 얘기할 정도니, 이제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행복하게 해주고도 싶어요. 저는 방송을 싫어도 했고요. 뭐든 참는 게 능사라고 여겼어요. 그게 지금까지 오는데 힘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가 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되지 않았나 싶어요. 겸손해야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이상 제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요. 남의 잣대보다는 제 진짜 자신을 위해서요."
ran613@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