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이준기의 가면, 어떻게 탄생하게 된걸까.
이준기가 드디어 가면을 벗었다. SBS '달의연인-보보경심 려'에서 황자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흉터로 인해 얼굴에도 마음에도 상처를 품은 4황자 왕소 역을 열연 중인 이준기, 그는 상처에 콤플렉스를 지닌 왕소를 연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가면을 쓴 채 연기를 해왔다.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는 남편이자 왕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해 왕소가 4살이던 시절 그를 인질로 삼아 왕을 협박했다. 다투는 가운데 어린 아들의 뺨에 칼 자국을 냈고 자신의 실수를 회피하기 위해 아들을 멀리 신주 강씨 집안에 양자로 보내 버렸다. 그렇게 생긴 한 뼘 크기의 얼굴 상처로 왕소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촉망받던 황자에서 세간에 짐승 취급을 받게 된 것. 아름다운 용모를 제일로 여기는 고려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삶은 그의 성격마저 어둡고 날카롭게 변화시켰다. 지금 시대와는 달리 얼굴의 흉을 용납할 수 없던 고려 시대 사람들에게 그는 놀림거리이자 흉측한 '괴물'로 취급되었다. 왕소는 상처를 가리기 위해 어릴 적 부터 가면을 신체의 일부처럼 써왔으며 그것은 단지 얼굴을 가리는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치명적인 치부이며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캐릭터에게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달의 연인'의 분장팀은 가면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작기간은 약 6개월, 공예 전문가인 이후창 작가가 직접 맡아 제작했다. 캐릭터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세심하고 꼼꼼한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다. 왕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의상 분위기에 맞추어 가면 역시 검은색, 회색 등 짙은 색감이 사용되었고 황자와 황실의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 금빛의 문양들이 첨가되었다.
이후창 작가는 "왕소의 가면은 극중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소품이라는 개념 보단 하나의 작품이 되고자 했다"며 "이준기씨의 실제 얼굴을 본 뜬 후 그에 맞춰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여러차례 샘플작업 거친 후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극중 강인하면서도 거친 야생 캐릭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가면, 차가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가면, 그리고 황궁에서의 가면 등 약 7~8가지 가면이 최종 사용됐다. 가죽은 모두 실제 동물가죽과 금속을 활용했고 실제 촬영하기 좋게 가볍게, 또 이준기의 얼굴 형태에 밀착될 수 있도록 했다. 제작과정에서 약 15종 이상의 가면을 샘플작업을 통해 만들고 그 중 드라마의 느낌과 상황에 맞는 가면을 간추리는 방식으로 장기간 프로젝트로 진행했다"고 탄생 비화를 밝혔다.
그 덕에 이준기의 가면은 매회 달라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화려한 디자인으로 바뀌기도 했다. 여기에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중요한 사극에서 아름답고 다양한 황자의 스타일을 선보여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왕소의 신분 변화를 반영한 사실적인 요소도 담겼다. 신주 강씨 집안에서 볼모 생활을 했을 땐 처지와 형편에 맞게 조개껍질 등 자연적인 소재로 제작된 가면을 주로 썼지만 황궁에 황자로 당당히 살게 된 이후에는 컬러와 가면 디테일을 이용해 화려한 자태로 변신했다.
이 작가는 "실제 고려시대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리얼한 가면을 만들려 했다. 의상이 바뀌고 황궁이나 극중 위치와 상황이 바뀌는 것에 따라 각기 다른 가면을 써야하기에 디자인과 색상, 재질 등의 변화를 줬다. 금속 가면은 실제 금속을 열처리로 녹였으며 표면의 스크레치 하나하나 세심하게 표현했다. 실제 동물 가죽도 가면마다 재질과 색감이 모두 다르다. 또 실제 이준기가 착용했을때 피부에 닿는 부위가 불편하지 않도록 매우 고급 소재로 안쪽을 마감처리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이는 이후창 작가의 예술적 감성과 책임감은 물론, '달의 연인' 김규태 감독과 배우 이준기의 심도깊은 고민이 깃들어 있다. 김규태 감독은 "4황자를 대표하는 색인 블랙과 고려 황궁을 의미하는 골드 색상이 절묘히 섞이기를 원했다. 리얼리티와 미학적인 부분 두가지 측면 모두를 충족시키고자 했으나 사실 어렵기도 했다. 또 실제 착용하고 연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고정하는 방법과 쓴의 방향, 재질 등 고민이 많았다. 여러번의 시행 착오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절충된 가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또 오른쪽과 왼쪽을 선택하는 것, 가면을 덮는 헤어스타일 등 배우 이준기 측에서도 아이디어와 의견을 많이 냈다"고 가면에 들어간 세세한 노력들을 전했다.
이준기는 '달의 연인'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가면을 쓰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는 인물의 드라마를 표현하는 것이니 몹시 흥미롭고 좋았지만 연기에 임할 때 원근감 조절이 쉽지 않고 어지러울 때도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이 깊었다. 액션 연기를 할 때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았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왕소의 상징이었던 이 가면을 앞으로는 볼 수 없어 아쉽다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 극중 캐릭터에게는 상처였을지 모르지만 앞머리와 함께 반쯤 얼굴을 가린 왕소 황자의 자태는 이준기라는 배우의 은근한 섹시함과 시크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기 때문. 현대에서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해 넘어온 해수(아이유)는 현대의 코스메틱 제품인 파운데이션을 응용한 화장품을 제조해 왕소의 상처를 가려주게 됐고 이로 인해 왕소는 상처를 떨쳐내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결국 그 자신감은 왕위를 탈환해 형제들을 죽이는 광종의 '형제의 난'으로 번져가게 될 것을 암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관해 김규태 감독은 "'달의 연인' 후반부에는 가면에 대한 사연도 나오게 된다. 많은 기대 바란다"고 덧붙였다.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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