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사장의 나눔의 역사는 멀리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식당에서 구두닦이 아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회의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반 사장은 그 얘기를 듣다 마음이 움직여 "나도 끼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청주 지역 구두닦이들의 모임인 '일송회' 회원이 아니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급한 마음에 그들을 설득해 일단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때부터 해온 것이 '새생명 돕기'다. 청주시내 회원들이 1년에 3, 4회 시내 한 곳에 모여 천막 치고 플래카드 붙이고 구두 수선과 미화를 한 뒤 수익금 전액을 돈 없어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에게 전달했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반 사장은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10대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아이스께끼' 장사였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아이스께끼'를 팔았지요. 저녁에 남은 얼음을 근처 밥집에 드리면 할머니들이 쌀밥도 주고, 보리밥도 주고, 떡도 싸주시는 거에요. 얼마나 고맙던지 잊혀지지가 않아요." 반 사장은 그 감사의 마음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착한가게'에는 지난해 8월 가입했다. 연말에 불우이웃돕기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더 도울 게 없을까' 찾다가 회원이 됐다. "액수가 적어 죄송할 뿐"이라고 덧붙인다.
반 사장은 구두수선, '아이스께끼'를 비롯해 농산물 도매업 등 여러 직업을 두루 거쳤다. 농산물 도매업을 할 때는 수시로 과일 100상자, 200상자씩을 영세민 아파트와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손 크게' 어려운 이들을 돕다 보니 집안에 빚만 늘었다. 그는 "다 지난 얘기"라며 빙그레 웃는다. "사람은 됨됨이가 중요하잖아요? 아들에게도 항상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반 사장은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다시 구두 수선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구둣방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세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라며 "조금 손 봐서 새것처럼 쓰면 기분 좋고, 수명이 다 된 신을 갖고 오면 마음이 짠하고…, 신을 보면 사람들 인생 같아요"라며 껄껄 웃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수익의 일정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꾸준히 기부하면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2005년 시작해 2016년 7월 말 16.226곳이 가입해 있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싣는다. 현재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과 함께 지역내 착한가게를 발굴하는 '우리 마을 착한 기적 만들기' 캠페인이 연중 진행되고 있다.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할 수도 있다. 가입문의: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