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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①] '입체적인 덕혜' 손예진 아니었더라면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9-13 10:40 | 최종수정 2016-09-17 12:58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한 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자문단들이 아홉 번째로 만난 배우는 영화 '덕혜옹주' 속 손예진입니다.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덕혜옹주'는 사실 우려 속에 시작된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은 그의 전작 '위험한 관계'(2012)를 세상에 선보이던 때 이미 뇌구조 절반 이상을 '덕혜옹주'로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캐스팅부터 투자까지 쉬운 것 하나 없었던 '덕혜옹주'는 10년 만에 만난 손예진의 덕을 제대로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많이 알려진 10억 투자금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시대의 비극을 짊어진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 '덕혜옹주' 속 타이틀 롤을 이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혼신으로 연기할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 결과, '덕혜옹주'는 손익분기점(BEP)를 훌쩍 넘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500만 흥행의 주인공 손예진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절제미를 바탕으로 덕혜옹주라는 역사적 인물을 하나의 칼라로 국한 시키지 않고 비교적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연기를 통해 시대의 피해자 덕혜옹주의 마음을 관객들이 느끼고 연상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기가 평이하고 설명적이었다는 것. 다음 작품에서는 다큐 같은 재연이 아닌 과감하고 명확한 선택을 바탕으로 한 존재감 있는 재현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를 기대해 본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과연 덕혜옹주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예고편 만으로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맞다. 예상 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뼛 속까지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덕혜옹주의 아역부터 성인까지의 성장 흐름도 아주 매끄러웠으며, 손예진의 연기는 꾸미지 않는 인물 내적심리 자체에 집중한 듯 보인다. 마음이 움직인다. 손예진은 출중한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다. 덕혜옹주를 아주 잘 표현했다. 영화 속 사건들 자체는 리얼리티가 떨어지지만 연기력 만큼은 진실성이 느껴진다. 특히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영화속 상황과 연기력이 어우러진 장면이다.아름다움의 밀당을 아는 여배우 손예진은 '연기의 여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다음엔 또 어떤 연기 밀당으로 그의 가능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이 한줄평은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떠나 평하는 것임을 먼저 말하고 싶다. 손예진의 연기는 머물러 있는 덕혜의 삶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자칫 시대에 휩쓸릴 뿐 매력적이진 않은 덕혜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고 평하고 싶다.


손예진 연기력 부문별 평가 :손예진의 연기력은 대본 이해 분석력, 표현과 창의력, 내적정서의 진정성, 화술과 제스처, 배우의 매력성 등 총 5가지 부문으로 평가됐다. 그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목은 총 3개 부문, 배우의 매력성, 화술과 제스처, 내적정서의 진정성 부문이다. 자문단들은 100점 만점에 가까운 90점의 점수를 줬다. 반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표현과 창의력이었다.


자문단들이 하나 같이 추켜세운 손예진 연기의 미덕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부문이었다. 두 자문단이 만점을 준 부문이기도 하다. 먼저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은 "손예진의 연기를 통해시대의 피해자 덕혜 옹주의 마음을 관객들이 느끼고 연상할 수 있었다"고 평했으며,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는 "손예진의 연기는 꾸미지 않는 인물 내적심리 자체에 집중한 듯 보인다.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역시 "손예진의 연기는 머물러 있는 덕혜의 삶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자칫 시대에 휩쓸릴 뿐 매력적이진 않은 덕혜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고 평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배우로서의 매력 역시 손예진만의 영역이 확고하다는 평가를 전했으며, 연기적 기술 면에서는 "대사로 쓰여진 말 이외에 행동들 시선, 움직임, 자세 등 비언어적인 행간의 행동마저 깊이 있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김태훈 소장과 배진성 연구원이 "연기가 평이하고 설명적이었다는 것. 다음 작품에서는 다큐 같은 재연이 아닌 과감하고 명확한 선택을 바탕으로 한 존재감 있는 재현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를 기대해 본다"며 영화 '덕혜옹주'속에서의 아쉬운 점을 짚어주기도 했다.

종합:손예진은 5개 부문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연기력으로는 흠 잡을데 없는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연기에 자문단들이 엄지를 추켜세웠다. 다만,역사를 소재로 한 일대기의 특성상 캐릭터가 다소 설명적이었다는 점에 대해 자문단 중에 "연기가 평이하고 설명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작 '비밀은 없다'에서 보여준 손예진의 연기에서 이미 존재감 있으며 극성이 느껴지는 캐릭터의 소화능력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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