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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성시대②] 김수현-문영남, '대모'의 펜은 왜 무뎌졌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9-10 11:1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김수현-문영남 작가는 고전했을까.

드라마계에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1세대 스타 작가로 군림했던 김수현 작가와 문영남 작가가 줄줄이 흥행에 참패한 것이다.

김수현 작가는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로 컴백을 알렸다. '그래, 그런거야'는 SBS가 '떴다! 패밀리' 종영 이후 11개월 만에 부활시킨 주말극이다. 수년간 시청률 굴욕을 면치 못했던 SBS 주말극 시장에 김수현 작가가 빛이 되어줄 것이란 기대를 갖고 개편까지 감행한 것이다. 여기에 SBS는 설 명절을 이용해 프리퀄 방송까지 내보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런데 막상 성적은 역대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 최악이었다. 작품의 평균 시청률은 8.7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최고 시청률도 12.4%에 그쳤다. 시청률 부진에 80억 원 적자라는 제작비 문제까지 겹쳐 SBS는 당초 60부작이었던 이 작품을 6회 조기 종영하기로 결정했다.

김수현 작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문영남 작가였다. 2013년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이후 3년 만에 SBS에서 '우리 갑순이'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갑순이' 역시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된 작품의 평균 시청률은 7.15%.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인다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 작품은 2회 8.4%를 기록한 뒤 다시 6%대로 시청률이 주저앉았다.


사실 '그래, 그런거야'와 '우리 갑순이'의 경우 이제까지 애국가 시청률 수준이었던 SBS 주말드라마 중에서는 좋은 성적을 낸 축에 속한다. 그러나 '김수현', '문영남'이라는 이름값에 견주어 볼 때는 턱도 없이 부족한 기록이다.

김수현 작가는 1972년 일일극 '무지개'로 데뷔한뒤 '새엄마', '청춘의 덫',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무자식 상팔자' 등의 작품을 집필하며 꾸준히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그에게는 '드라마계의 대모'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료를 받기도 한다.

문영남 작가는 1992년 '분노의 왕국'으로 데뷔한 뒤 '정 때문에', '남의 속도 모르고',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으로 매번 신드롬을 불러왔던 작가다. 기상천외한 극중 캐릭터명과 상식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의 행동으로 '막장 드라마계의 대모'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의 작품은 방송될 때마다 엄청난 화제와 이슈를 몰고왔었다.


그런데 이 두 '대모'가 이번에는 유독 고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 그런거야'의 경우 대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 시대에서 대가족 이야기는 그다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구시대적인 가치관과 생활 습관에 얽매여 사는 주인공의 모습도 호감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우리 갑순이' 역시 마찬가지. 남자주인공의 능력치에 따라 드라마 인기도가 달라지는 것이 최근 트렌드인데, '우리 갑순이'의 허갑돌(송재림)은 무능함과 찌질함의 아이콘으로 묘사되고 있어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가 없다. 소매치기를 당해 동거할 집을 구할 돈을 잃어버리는 등의 에피소드 등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쓴소리를 받고 있다.

김 작가와 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반복된다는 것도 문제다. 비슷한 인물들이 출연해 비슷한 대사톤을 구현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상황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그래도 아직까지는"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김수현 작가나 문영남 작가는 인생과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시청층의 관심사는 그런 깊숙한 삶의 이야기 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연애사, 혹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장르물 등으로 돌아선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작가들이 선호하는 배우들이 사단처럼 함께 가다보니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때그때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세트나 연출 등 다른 방법에서 변화를 준다면 충분히 다른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의 화력보다는 못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작가에 대한 신뢰도는 탄탄하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작품을 성공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두 작품이 실패한다고 명성에 누가 갈 만한 위치에 있는 작가들도 아니다. 워낙 탄탄한 매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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