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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김수현-문영남 작가는 고전했을까.
김수현 작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문영남 작가였다. 2013년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이후 3년 만에 SBS에서 '우리 갑순이'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갑순이' 역시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된 작품의 평균 시청률은 7.15%.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인다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 작품은 2회 8.4%를 기록한 뒤 다시 6%대로 시청률이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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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는 1992년 '분노의 왕국'으로 데뷔한 뒤 '정 때문에', '남의 속도 모르고',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으로 매번 신드롬을 불러왔던 작가다. 기상천외한 극중 캐릭터명과 상식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의 행동으로 '막장 드라마계의 대모'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의 작품은 방송될 때마다 엄청난 화제와 이슈를 몰고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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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 대해서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 그런거야'의 경우 대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 시대에서 대가족 이야기는 그다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구시대적인 가치관과 생활 습관에 얽매여 사는 주인공의 모습도 호감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우리 갑순이' 역시 마찬가지. 남자주인공의 능력치에 따라 드라마 인기도가 달라지는 것이 최근 트렌드인데, '우리 갑순이'의 허갑돌(송재림)은 무능함과 찌질함의 아이콘으로 묘사되고 있어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가 없다. 소매치기를 당해 동거할 집을 구할 돈을 잃어버리는 등의 에피소드 등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쓴소리를 받고 있다.
김 작가와 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반복된다는 것도 문제다. 비슷한 인물들이 출연해 비슷한 대사톤을 구현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상황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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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자는 "김수현 작가나 문영남 작가는 인생과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시청층의 관심사는 그런 깊숙한 삶의 이야기 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연애사, 혹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장르물 등으로 돌아선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작가들이 선호하는 배우들이 사단처럼 함께 가다보니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때그때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세트나 연출 등 다른 방법에서 변화를 준다면 충분히 다른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의 화력보다는 못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작가에 대한 신뢰도는 탄탄하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작품을 성공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두 작품이 실패한다고 명성에 누가 갈 만한 위치에 있는 작가들도 아니다. 워낙 탄탄한 매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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