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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우리가 사랑했던 '엽기적인 그녀'의 퇴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8-24 15:0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01년 7월 개봉해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곽재용 감독). 대중에겐 '인생 로코'로 자리 잡으며 오랫동안 회자되던 '엽기적인 그녀'가 계속된 리메이크와 여러 가지 사건으로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김호식 작가가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엽기적인 그녀'는 제멋대로의 그녀와 순진무구한 남자가 만나 벌이는 아찔하고 코믹한 로맨스를 다룬 작품. 완벽한 외모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전지현이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를 맡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코믹 연기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고 여기에 편안하고 안정적인 차태현의 매력이 더해지며 약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지금의 1000만 돌파만큼 의미 있는 흥행이었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셈.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로 전지현은 단번에 CF 스타에서 진짜 배우로 입지를 다졌고 차태현은 '흥행킹'이 됐다.


로코의 전설로 남은 '엽기적인 그녀'는 이후에도 속편 제작, 리메이크 등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다. 그러나 형보다 뛰어난 아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누구도 섣불리 판을 벌일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무려 15년 만에 속편, '엽기적인 그녀 2'(조근식 감독)가 등장했다.

'엽기적인 그녀 2'는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진 스토리로, 운명인 줄 알았던 긴 생머리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돼 사라진 뒤 견우(차태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견우에게 우연히 찾아온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중국으로 떠났던 그녀(빅토리아)와 신혼 수난기를 그리는 '엽기적인 그녀'의 두 번째 시리즈다. 속편에서 가장 중요했던 '그녀' 전지현은 떠났고 대신 새로운 '그녀' 빅토리아가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누적 관객수 7만7118명으로 처참한 성적을 보인 것. 허술한 스토리와 연출, 시대에 뒤떨어진 코미디가 실패의 요인이었고 '엽기적인 그녀' 팬들로부터 '속편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충격적인 속편의 실패에 이어 '엽기적인 그녀'는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이번엔 드라마 리메이크가 말썽을 일으킨 것.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과 화이브라더스가 공동으로 제작에 착수한 '엽기적인 그녀'는 현대극을 사극으로 변형해 내년 상반기 SBS에서 방송된다. '엽기적인 그녀'의 드라마 리메이크이기도 하지만 주원이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첫 촬영이 진행되기도 전 문제가 터졌다. 국내 최초로 여주인공인 '그녀'를 신인 오디션으로 선발했지만 막상 촬영을 앞두고 오디션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결국 1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꿰찬 신예 김주현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퇴출당했고 대신 인지도가 있는 오연서가 '엽기적인 그녀' 주인공이 됐다. 사건 내막에는 편성권을 쥔 SBS가 여주인공으로 톱스타를 지목했고 이런 SBS의 입김이 주인공 교체까지 가게 된 것이다. 물론 SBS의 외압만이 주인공 교체의 이유가 된 것은 아니다. 제작사가 주최한 오디션 자체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것. 첫 단추부터 잘못 낀 프로젝트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여기에 더 볼썽사나운 대목은 김주현의 하차가 논란이 되자 이를 두고 SBS와 제작사가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제작사의 단독으로 진행된 됐고 공신력 없는 행사였다고 발을 뺐다. 갑작스러운 '절대 갑(甲)' SBS의 독단적인 입장에 제작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진땀뺐다는 후문. 결국 "오디션이다 보니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앞으로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서 진행하겠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누워서 침 뱉기 한 꼴이 된 것. 이런 '엽기적인 그녀'에 대해 대중은 일찌감치 등을 돌린 상태다. SBS의 해명과 제작사의 사과에도 김주현에 대한 동정론과 불공정한 과정에 대한 분노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렇듯 '엽기적인 그녀'는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점차 의미를 잃어갔다. 15년 전, 우리가 사랑했던 '엽기적인 그녀'는 사라진 지 오래, 안타까운 문제들의 반복으로 오랜 팬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있다. 누구를 위한 리메이크인지 팬들은 의문스럽기만 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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