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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vs'보보경심'③] 판타지 사극대전 '청춘로코 vs 치명멜로'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20 09:3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또 한번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KBS와 SBS가 다시 한번 장르 전쟁을 벌인다. 비슷한 시기 KBS2 '뷰티풀 마인드'와 SBS '닥터스'를 출범시켜 메디컬 드라마 전쟁을 벌인데 이어 이번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보보경심)'로 판타지 사극 접전을 예고한 것이다. 메디컬 장르로 벌인 1차 장르 전쟁에서는 SBS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닥터스'가 시청률 20%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한데 비해 '뷰티풀 마인드'는 4%대 시청률에 그치며 2회 조기종영을 결정했던 것. 과연 판타지 장르로 붙는 2차전 결과는 어떨까. KBS는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SBS가 웃을까.


박보검-김유정 vs 이준기-이지은(아이유)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과 김유정을 남녀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 모두 1020 젊은층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청춘스타다.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 최택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김유정은 아역배우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력과 예쁜 얼굴로 주목받아왔다. 이 두사람이 각각 까칠한 왕세자 이영과 위장 내시 홍라온 역을 맡아 커플 호흡을 맞춘다. 과거 악연으로 묶였던 이들이 궁에서 재회해 펼쳐나가는 티격태격 앙큼 로맨스가 극의 관전포인트다. 연출을 맡은 김성은PD는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의 아기자기하고 슬픈 로맨스"라고 정의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의 저주를 깨야 한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정은지 서인국 유연석 등이 기대와 달리 후속작에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기현상이 일어났던데다 박보검과 함께 '응답하라 1988'에 출연했던 혜리와 류준열도 같은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박보검도 '응답하라'의 저주에 갇히는 게 아니느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은 나에게 축복같은 작품이다. 그래서 저주라는 말은 너무나도 속상하다. 함께한 혜리와 준열의 작품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흥망성쇠를 떠나 모두가 기회고 소중한 작품이다.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큰 사랑과 기대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유정도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이제까지 탁월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아오긴 했지만, 주인공 아역이 아닌 원톱 여주인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캐릭터는 남장여자라는 설정이다. 이미 '커피프린스' 윤은혜나 '아름다운 그대에게' 설리 등이 선보였던 캐릭터다. 김유정은 "홍라온은 누가봐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다. 그런 느낌이 나에게도 날 수 있을까 고민 많았다. 남장 여자란 캐릭터가 굉장히 진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커피프린스' 윤은혜 선배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보보경심'은 이준기와 이지은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준기의 연기력에 대해 재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캐릭터에 완벽 적응해 몸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여 이미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지은 역시 상큼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은 물론 백현이 가세, 엑소의 방대한 팬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하지만 '보보경심' 역시 우려 지점은 확실히 있다. 이준기는 '사극 악재'를 넘어서야 한다. 이준기는 앞서 MBC '아랑사또전', '밤을 걷는 선비' 등에서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시청률이 작품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둘 경우 배우에 대한 신뢰도마저 하락할 수 있다. 이지은도 마찬가지.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첫 사극에 도전한다. 아무리 판타지 장르라고는 하지만 현대극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도전 결과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의 나이차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힐링 로코 vs 치명 멜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츤데레 왕세자 이영과 위장내시 홍라온의 궁중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우선 제작진부터 신뢰가 생긴다. '연애의 발견', '후아유-학교 2015' 등을 연출한 김성윤PD와 '태양의 후예'를 만든 백상훈PD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톡톡 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김PD와 진한 멜로선을 그려내 2016년 최고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던 백PD가 힘을 합쳐 알콩달콩한 청춘 로맨스를 그려낸다. 여기에 원작이 힘을 보탠다. 윤이수 작가의 원작 웹소설은 네이버 연재 당시 131회 누적 조회수 4200만 건, 평점 9.9점을 기록하며 '웹소설계의 전설'로 군림했던 작품이다. 방대한 원작 팬덤이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KBS가 대대로 청춘물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KBS는 '학교' 시리즈로 학원물 장르를 부흥시킨 본진이자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청춘 사극으로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더욱이 '구르미 그린 달빛'은 달달하고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김성윤PD는 "우리는 정치적인 사극이라기 보다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발랄하고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젊은 사극'이라 표현하고 싶다. 재미에 가장 많이 초점을 뒀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태양의 후예', '닥터스' 등 가볍고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만큼 '구르미 그린 달빛'도 그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보경심'은 달 그림자가 태양을 검게 물들인 날 4황자 왕소(이준기)와 21세기 여인 고하진의 영혼이 미끄러져 들어간 고려 소녀 해수(이지은)가 천 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려 태조 치세 후반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황권을 차지하기 위한 황자들의 암투와 해수를 중심으로 한 궁중 로맨스를 그려낼 예정. 타임슬립에 친족간의 다툼 등이 주요 소재로 들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는 다소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시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목숨 건 사랑 역시 절절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외국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리메이크 할 때는 국민 정서에 맞도록 각색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원작에 비해 좋은 상황은 아니다. 원작이 호평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청나라 초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치밀한 고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 초기 태조 왕건 시대에 대한 사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과연 이런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100% 사전제작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보보경심'은 1월 27일 촬영을 시작해 6월 30일 촬영을 종료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배우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즉각적인 피드백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태양의 후예'가 성공을 거둔 것에 반해 '함부로 애틋하게'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결과물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22일, '보보경심'은 29일 첫 선을 보인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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