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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해투3' 세정, 약속된 '꽃길'을 증명하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6-08-12 02:43


해투3 구구단 세정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2016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걸그룹은 트와이스와 여자친구다. 하지만 걸그룹 멤버 단 1명만 꼽으라면 어떨까. 적어도 트와이스 사나-쯔위, 여자친구 유주 등과 더불어 구구단 김세정의 이름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11일 KBS '해피투게더3(해투3)-끝까지 살아남아라 예능행'은 이른바 '걸그룹 서바이벌'의 진수를 담은 방송이었다. 이날 해투3에는 '걸그룹 왕언니' 소녀시대 써니부터 EXID 솔지, 여자친구 예린, 라붐 솔빈, 구구단 세정, 멜로디데이 차희가 출연했다.

6인의 걸그룹 멤버는 한마디로 각 팀의 얼굴이자 대표선수다. 써니는 방송 초반부터 '애교 멘토'와 '대선배' 역할을 맡아 쉽고 노련하게 방송을 풀어갔다. 반면 써니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자들에게 이날 방송은 전쟁이었다. 밑도끝도없는 개인기부터 필사적인 토크, 심지어 아재개그와 영혼없는 리액션을 개인기 삼아 분량을 따내는 출연자들에게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이날 방송이 그나마 유려하게 흘러간 것은 '국민MC' 유재석이 베테랑 방송인들을 샌드백 삼아 세밀한 분량 조절을 펼친 덕분이다. 유재석은 '이상형' 컨셉트 때는 조세호를, '비밀연애' 이야기에는 전현무와 박명수를 적절히 활용하며 방송의 맥을 놓치지 않았다.

이날 써니를 제외한 5명 중 초반 앞서간 것은 '욕망돌' 차희였다. 차희는 "소속사가 스캔들을 요구한다. 클럽 다니라고 한다. 공개 연애도 좋다. 이슈만 될 수 있다면 전현무, 비와이와의 열애도 환영한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MC들이 부여한 '욕망돌' 컨셉트에 맞게 주어진 기회마다 못할지언정 사리지 않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날 본인의 소원대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의 최종 승자는 구구단의 '예능돌' 세정을 꼽고 싶다. 이날 세정은 소녀 컨셉트에 빙의한 아재 면모, 토크에 적절히 끼어드는 말솜씨, 걸그룹 선배와의 친목질, 팬들에겐 익숙해진 개인기들,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사이의 방황, 어려운 가정 환경과 조부모를 그리는 눈물, 부족한 춤 실력까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스스로를 털털하다 말하는 아이돌은 많지만, 세정만큼 몸에 배어있는 경우는 드물다. 세정의 '아재스러움'은 솔직함도, 촌스러움도 아닌 그녀다운 매력 그 자체다. "치즈버거 사주세요" 직후 터져나온 솔직한 파안대소는 동료들 뿐만 아니라 유재석과 전현무조차 놀라게 했다. 아재개그와 사투리, 띠동갑 연애로 자연스레 이어진 이야기는 "마동석이 이상형"이라는 말에도 설득력을 부여했다.


해투3 구구단 세정
유일하게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 또한 세정이었다. 세정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들었다'는 유재석의 어시스트에 "어릴 땐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다. 할머니 덕분에 트로트를 많이 불렀다"며 화답했다. 세정은 영상편지 제의에 결국 억누르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세정은 "제가 지금은 너무 바빠서 못가요. 금방 갈게요. KBS 많이 봐주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며 모두를 한마음으로 만들었다.


세정은 아이오아이와 구구단으로 동시 활동하느라 할아버지 문병도 못갈 만큼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아이오아이 활동 중에도 구구단 데뷔를 연습했고, 구구단 활동과 별개로 아이오아이로서 각종 행사에 참석한다. 2만장 가까운 음반 판매량을 보인 구구단의 '소녀 가장'인데다, 휴식기에도 아이오아이 완전체 복귀를 준비해야한다. KBS '어서옵Show'의 생방 요정으로도 활약 중이다.

'프로듀스101' 방송 초반만 해도 이렇다할 유명세가 없었던 김세정은 '프듀' 이후 발군의 매력을 과시하며 국내 걸그룹계 굴지의 팬덤 보유자로 우뚝 섰다. '꽃길' 역시 세정이 소감으로 언급한 어휘가 '프듀'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잡은 예다. 구구단 데뷔 후 적지 않은 팬들이 돌아섰지만, 세정은 "현실이 잘 체감되지 않는다. 아이오아이를 계속하고 싶다"며 자신을 향한 원망까지 감싸안았다.

'해투3'는 써니 못지 않은 세정의 '방송인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방송이었다. '만능 예능돌' 세정의 앞에는 약속된 꽃길만이 펼쳐져있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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