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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허진호 감독 "23세 톱스타 손예진, 그리고 34세 배우 손예진"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8-10 09:4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05년 영화 '외출'을 통해 배우 손예진과 첫 호흡을 맞춘 허진호(53) 감독. 당시 손예진은 꽃다운 23세이자 데뷔 4년 차 여배우였고 허진호 감독은 세 번째 작품을 만든, 갓 신인감독 딱지를 뗀 충무로의 기대주였다. 그렇게 만났던 두 사람이 11년 뒤, 이글거리는 여름 극장가에서 다시 한번 손을 맞잡았다. 이번엔 오롯이 손예진의, 손예진에 의한 손예진을 위한 작품으로 말이다.

만 13세가 되던 해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호필름 제작). 허진호 감독은 고종의 금지옥엽 고명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에 손예진을 캐스팅했다. 이는 '덕혜옹주'에 신의 한 수, 더할 나위 없었던 선택이었다. '덕혜옹주'가 공개된 이후 줄곧 '손예진의 인생 연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 인생 최고의 연기를 끌어낸 손예진과 그런 손예진을 이끈 허진호 감독은 최고의 앙상블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하하. 운이 좋아 손예진과 두 작품 함께하게 됐네요. 아마 (손)예진이도 두 번 호흡을 맞춘 감독은 제가 처음일 거에요. 확실히 이번에 예진이와 촬영하면서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예전에 못했다는 게 아니라 더 깊어졌다고 할까요? 11년 전, 그러니까 예진이가 23살이었는데 그 때도 굉장히 똑똑한 여배우라는 첫인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이와 연차보다 굉장히 연기를 잘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허진호 감독이었기에 가능했고 손예진이었기에 더욱 확실했던 '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역시 손예진에 대해 입이 마르고 닳을 정도로 칭찬을 쏟아냈다. 비단 함께 호흡을 맞춘 여배우에 대한 인사치레가 아닌 단전부터 끌어올린 진심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떡잎부터 남달랐던 손예진이었고 지금은 그야말로 정점에 도달한 '최고의 배우'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다시 만난 예진이는 일단 풋풋했던 느낌은 많이 없어졌지만 장면마다 굉장한 힘이 느껴졌어요. 하하. 확실히 내공이 달라졌더라고요. 화면을 장악하는 아우라가 생겼어요. 관객을 빨려들게 만들고 끌어당기는 방법을 알게 됐죠. 현장에서도 예전에는 경험이 많이 없고 여유가 없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현장을 아우르더라고요. 스태프도 잘 챙기고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죠. 책임감 있는, 한 마디로 좋은 배우가 됐어요. 이제 톱스타, 여배우보다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허진호 감독은 손예진을 비롯해 '덕혜옹주'의 모든 캐스팅이 단언컨대 환상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장한 역의 박해일과 한택수 역의 윤제문, 그리고 복순 역의 라미란, 복동 역의 정상훈, 영친왕 역의 박수영, 양귀인 역의 박주미, 김황진 역의 안내상, 다케유키 역의 김재욱 등 환상의 조연진과 선뜻 카메오 출연을 허락해준 고종 역의 백윤식, 이우 왕자 역의 고수, 김봉국 역의 김대명까지 다시는 없을 최고의 라인업이었다고.


"'덕혜옹주'는 두 번 다시 모을 수 없는 역대급 캐스팅인 것 같아요. 박해일은 '덕혜옹주'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는데 그 역할을 잘 소화해줬죠. 관객과 이덕혜를 이어주는 화자의 역할을 해줬고 김장한의 시점으로 늘어지는 부분을 많이 줄일 수 있었거든요. 편집을 하면서 '(박)해일이가 이런 연기를 했구나'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어요.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지만 '덕혜옹주' 곳곳 은근하게 묻어난 그의 연기가 참 좋아요. 윤제문도 (음주운전) 실수 때문에 아쉽게 됐지만 감독으로서는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쳤죠. 전 특히 박해일과 윤제문이 술 마시는 장면이 참 좋더라고요. 윤제문 특유의 애드리브가 잘 녹아들었죠. 또 김대명은 본인이 직접 대사를 많이 넣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캐릭터를 살리려다 영화 전체를 망친다면서요. 고수도 워낙 짧게 나오는 인물임에도 작품에 참여해줘서 고마워요. 이우 왕자랑 닮은 외모 덕분에 '덕혜옹주'가 더욱 리얼리티가 산 것 같아요. 이런 캐스팅 또 한 번 할 수 있을까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영화 '외출' '덕혜옹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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