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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백지은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긴장이다. 중국 내 한류 스타들의 일정취소, 계약해지 등에 이어 현지의 일방적인 혐한류 보도로 인해 더 큰 악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케이팝 열풍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류 스타들과 콘텐츠에 대한 규제 사례가 실제로 드러나면서 장기적으로 한류 자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요계는 즉각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걸그룹 와썹이 중국 일정이 취소된데 이어 최근 중화권에서 좋은 반응을 끌던 남성그룹 스누퍼도 중국 출국 일정이 돌연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누퍼 측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출국을 앞두고 행사 출연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갑자기 받았다"며 "예정된 모든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비자 지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행사를 앞둔 관계자들이 출국 직전까지 비자가 나오지 않아 일정을 미루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 관계자들은 중국 비자 발급에 대해 평소보다 엄격한 기준을 대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이미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시작될 프로그램이나 프로모션이 문제다. 아직 중국으로부터 직접 제약을 받은 드라마나 배우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 하지만 광전총국의 반응을 봐도 그렇고 분명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중국 심의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우선 현재 파급력이 가장 큰 예능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 제약 범위가 넓어진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게 확정된 바 없는 사안이라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괜히 나서면 타겟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쨌든 업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광전총국이 한류스타 및 콘텐츠를 규제하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내용이 오보되는 해프닝이 불거지는가 하면, 각 언론이 앞다퉈 혐한류 보도를 전하고 있다. 사드 보복이라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현지 방송사 및 제작사들이 알아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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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적으로 불거지지 않은 제재보다 더 걱정인 건 사드 갈등이 중국내 '혐한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된 박보검의 스포츠 브랜드 광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광고는 박보검은 만리장성이란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두는데 한 여성이 나타나 만리장성의 뺨을 때리고 이를 본 박보검이 웃는 모습을 담고 있다. 중국 언론은 해당 광고를 두고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했다'고 몰아가고 있다. 광고에 대한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여론조사에서도 박보검이 잘못했다는 반응이 무려 78%나 나왔다. 사드 배치 후 한류스타에 대한 현지 언론의 적대적인 반응이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한류에 대한 영향력이 연예계 뿐 아니라 패션, 뷰티, 서비스업, 음식, 관광 등 전방위로 커진 만큼 국가 브랜드의 위기 마저 걱정된다"라며 "단순히 금전적 피해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각 방송사 대표가 광전총국 소속인데, 정식 문서를 통해 지시받은 건 없지만 구두로 '현 시국에 맞춰 한류 연예인이 집중 부각되는 프로그램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면서 "중국도 대놓고 정부 입장을 통해 한류 금지-자제 공문은 내리지 않겠지만 이렇게 밑에서부터 알아서 기는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우려되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시작되는 반한감정"이라며 "사드 정국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국민감정이 한국에 좋을 리 없다. 팬 스스로 한국 연예인을 거부한다면 업계도 어쩔 수 없이 한류 스타의 TV-영화 출연이나 이벤트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정부도 국민감정을 핑계로 대거나 이를 정치에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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