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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15년 차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든,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 손예진. 지금까지의 손예진은 모두 잊어도 좋다.
'8월의 크리스마스'(98) '봄날은 간다'(01) '행복'(07) 등 충무로 멜로 장르의 획을 그은 허진호 감독이 무려 8년간 준비한 '덕혜옹주'는 꽤 정교하고 묵직하게, 또한 담백하게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화려한 기교의 장대함은 없지만 단전부터 밀려오는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 곳곳에 허진호 감독 특유의 섬세한 설정들이 더해지면서 '덕혜옹주'만의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호우시절'(09) '위험한 관계'(12)를 거치면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허진호 감독. '덕혜옹주'로 화려한 컴백, 완벽한 귀환을 알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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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02, 이한 감독) '클래식'(03, 곽재용 감독) '내 머리 속의 지우개'(04, 이재한 감독) 등 관객에게 '인생 멜로'를 남기며 원조 '멜로퀸'으로 자리 잡은 손예진. 이제 멜로에 특출난 여배우가 아닌 장르 불문 팔색조 배우로 관객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덕혜옹주=내 머리 속의 손예진'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대표작이 바뀐 것.
물론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 왜곡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역사 왜곡보다는 비극적인 삶을 산 한 여인의 애환이 크게 다가온다. 이처럼 느낄 수 있는 것도 손예진의 진정성 있는 열연 덕분. 남배우 중심의 영화가 충무로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 독보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손예진의 도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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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독립운동가 김장한 역의 박해일과 덕혜옹주의 궁녀 복순 역의 라미란은 손예진이 마음껏 질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페이스 메이커. 세 사람의 앙상블이 '덕혜옹주'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부산행'의 김의성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친일파 한택수 역의 윤제문은 만인의 분노유발자로 손색 없는 열연을 펼쳤다. 비록 음주운전으로 관객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덕혜옹주'에서 연기만큼은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짧은 출연이지만 긴 여운을 남긴 이우 왕자 역의 고수와 독립운동가 김봉국 역의 김대명은 '덕혜옹주'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 '특급' 용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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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덕혜옹주'는 손예진, 박해일, 라미란, 정상훈, 박수영, 김소현, 박주미, 안내상, 김재욱, 백윤식, 고수 등이 가세했고 '위험한 관계' '호우시절' '오감도'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덕혜옹주'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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