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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100곡 中 40곡'...지금 음원차트는 왜 '힙합'인가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07-20 10:08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잘 생긴 '아이돌'도, 고음을 멋들어지게 내지르는 '디바'도 아니다. 매끈한 걸 그룹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 음원차트의 주인공은 '힙합'이다. 음원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20일 현재 1위부터 100위까지 힙합, 알앤비 등 장르뮤직에 해당하는 음원은 무려 40곡에 달한다. '쇼미더머니' 경연곡들이 차트 줄세우기를 한 것은 물론, 출연자들의 예전 발표곡까지 차트 역주행한다. 쟁쟁한 아이돌이 신곡을 발표한다 한들, 화제의 '쇼미더머니' 음원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그야말로 '대세'다. 비주류 장르로 취급받던 힙합 음악인데다 국민 가수의 신곡도 아닌데, 가요계 음원차트를 싹쓸이한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히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차트로 이어진 덕분일까. 힙합 음악과 래퍼들의 인기요인을 되짚어 봤다.

이 같은 추세는 '듣는 음악'의 종말을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면 '듣기만 하던 음악'의 종말이다. 적어도 차트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에 한해서는 말이다.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화됐던 가요계에서 장르 전문화된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일. 장기간 이어온 대중 인기가요의 전형화된 패턴, 혹은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일반화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의 취향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에서 '즐기는 음악'이 대세가 된 것이다.

가요계에서 힙합이 지금의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기까지, '쇼미더머니'가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방송 이슈 때문만은 아니다. 1020세대들은 그저 음악을 듣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래퍼들의 무대, 공연, 패션, 스타일링, 심지어 말투, 제스처까지 온전히 흥미로운 대상이다. 특히 랩 가사에 라임을 맞춰 한글의 특성을 강조한 언어유희, 재치있는 표현으로 감정을 색다르게 드러내는 점은 댄스, 발라드와 분명 차별화된 재미인 셈이다 .

가장 큰 힙합음악의 매력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진솔한 노랫말' 속에 있다. 물론 래퍼가 직접 가사를 쓰는 것은 당연하고, 가요 팬들은 무엇보다 솔직한 가사에 감탄한다. '한 때 놀아본' 오빠들이 나이어린 팬들에 잘 타이르듯 훈계하는 친절한 가사도, 사랑과 이별에 솔직한 '남자친구'의 생생한 증언도 쏟아진다. 또 사랑과 이별 외에 다양한 주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거침없이 표현된다. 여기에 실패를 뒤로 하고 힘을 내잔 응원가도 축 처진 젊은 세대들의 어깨를 토닥하기도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힙합뮤직은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음악인 만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에 수월한 장르"라며 "특히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분노, 절망 등 입장을 대변하는 음악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불안함에 시달리는 이들의 사회적 배경은 힙합의 인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 힙합음악이 다루는 가사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마치 내 얘기를 듣는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감이 화두인 시대. 그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길 원한다. '가만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흥얼대거나, 그저 별 일 없이 살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투덜댄다. 그렇게 노래가 말을 한다. 나도 당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때론 거칠게, 솔직하게 노래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블랙뮤직이 현재 전세계적인 음악 트렌드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각종 해외차트의 상위권은 알앤비, 힙합 등 장르뮤직이 주를 이루고 시상식에서도 주류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팝 음악의 트렌드에 민감한 가요계인 만큼, 국내에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음악 뿐 아니라 래퍼들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도 젊은이들의 취향을 관통했다. 꾸미지 않은 리얼한 모습은 절대 공식을 따르지 않는 '날 것'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윤하 씨는 "현재 전세계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열광하는 장르는 블랙뮤직과 EDM"이라며 "세계적인 흐름을 받아들이고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지코, 딘, 크러쉬 등 젊고 감각있는 창작자들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분위기"라고 전했다.

발라드, 댄스, 그리고 아이돌 신드롬에 이어 블랙뮤직이 전성기를 맞이한 2016년 가요계다.

hero16@spor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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