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첫 끗발이 끝이었다.
MBC 수목극 '운빨로맨스'가 14일 막을 내렸다. '운빨로맨스'는 운명을 믿고 맹신하는 여자 심보늬(황정음)와 수학과 과학에 빠져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가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작품은 동명의 인기 웹툰 '운빨로맨스'를 원작으로 삼은데다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 황정음과 tvN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캐스팅 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운빨로맨스'의 최고 시청률은 1회가 기록한 10.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다. 이후로는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KBS2 '마스터-국수의 신'이 부진하는 사이 SBS '딴따라'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수목극 1,2위 자리를 다투기도 했지만 SBS '원티드'와 KBS2 '함부로 애틋하게'가 출격하자 시청률은 수직 강하, 수목극 꼴찌자리에 머물렀다. 14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6.4%. 자체 최저 시청률로 초라한 퇴장을 한 셈이다. 장르 자체가 시청자 유입이 쉬운 로맨틱 코미디인데다 원작의 인기나 황정음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이름값을 놓고 봤을 때 아쉬운 성적이다.
이처럼 '운빨로맨스'가 부진하게 된 이유는 명쾌하다. 바로 스토리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는 원작 자체가 분량이 짧고 단순한 구도를 띄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드라마 제작이 가시화됐을 때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16부작 드라마 제작이 가능할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었는지 원작 설정을 과감하게 바꿨다. 남자주인공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슈퍼 짠돌이인 건물주에서 상위 1% 천재이자 IT업계 최고 게임회사 CEO로 거듭났다. 여자주인공에게는 프로그래머라는 설정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 원작에는 없었던 최건욱(이수혁) 한설희(이청아) 등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노력은 박수쳐줄만 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남녀주인공이 투덕거리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수십만번 반복됐던 포맷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얼마나 차별화되게 그려내는지가 극을 살리는 열쇠가 된다. 하지만 '운빨로맨스'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개연성 없이 우연이 반복되는 전개에 시청자들의 호기심도 떨어져나갔다. 임팩트도 부족했다.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 외에 극을 받쳐줄 만한 캐릭터나 에피소드가 없다 보니 극이 단조로워졌다. 보는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한국 드라마 애청자들에게 정형화된 캐릭터와 진부한 스토리로는 더이상 어필할 수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심보늬가 미신과 운명을 맹신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역시 작위적이라는 비평이 많았다.
다만 인정할 부분은 있다. '운빨로맨스'는 일상에 찌든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해준 작품이다. '운빨로맨스'에는 악역이 없었다. 보통 드라마에는 주인공을 괴롭히고 핍박하는 악역이 하나 이상 등장하는데 '운빨로맨스'는 그런 자극적이고 무리한 설정 없이 러브라인을 살려내는데만 집중했다. 공대 냉혈한 제수호가 희대의 돌직구 사랑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스하게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설렘 포인트를 자극했다. 악역과 막장 요소 없이 청정 로맨스를 그려냈다는 점은 분명 로맨틱 코미디계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평을 들을 만 했다.
'운빨로맨스' 후속으로는 '더블유(W)'가 방송된다. '더블유'는 현실 세계 초짜 여의사 오연주가 우연히 인기 절정 웹툰 '더블유'에 빨려들어가 주인공 강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 등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와 '그녀는 예뻤다' 신드롬을 만들어냈던 정대윤PD가 의기투합했으며 이종석과 한효주를 남녀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대를 모으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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