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배우를 논하다①] '국수의신' 조재현, 펄펄 끓는 악역 마에스트로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7-02 09:18


[스포츠조선 배선영 백지은 조지영 기자] 한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자문단들이 네 번째로 만난 배우는 KBS2 드라마 '마스터, 국수의 신'의 배우 조재현입니다.


사진제공=KBS
얼굴에 자신만의 깊이를 새겨낸 배우는 흔치 않다. 조재현은 확실히 그런 흔치 않은 배우 중 한 명이다. 30일 20회로 종영된 '마스터, 국수의 신'은 이런 조재현의 존재만으로도 서사에 깊은 굴곡을 새겼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의 얼굴, 김길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조재현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어보지 못한 채 종영하고 만 드라마의 운명과는 별개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에 성공했다.

과연 조재현의 연기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가지고 있는 눈빛의 다양함 만큼이나 연기표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내적 발화의 진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렬함으로 언뜻 시청자를 사로잡지만 몸의 언어와 늘 반비례 되는 느낌이다. 얼굴 표정이 연기 표현을 자제하는 것과 정서를 비우고자 하는 냉소함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듯하다. 영화 '나쁜 남자'의 그림자가 이후 모든 악역의 역할에 드리워지는걸까? 지금까지의 배우 조재현표 연기스타일(약간 어눌, 고개 15도, 눈빛의 섬세함, 일부러 무표정, 표현의 미확장 등) 을 뛰어 넘고자 한다면 국민 배우로 거듭나기에 충분한 소중한 배우이다. 특히 바쁜 방송 촬영 일정에도 오롯이 배우 몸의 날것과 연기로만 승부를 해야하는 연극무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있는 배우 조재현을 응원한다. "

서은혜 CNC 스쿨 원장 : 소름끼치는 악역의 끝을 선보이고 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카리스마! 디테일한 표현과 사이코 패스의 이중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해내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토리 자체도 전개가 빠르고 탄탄해서 다음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악역 연기도 역사가 생기고 흐름이 변해가고 있다. 등장 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목구멍을 타게 만드는 펄펄 끓는 국물 같은 악역이 있는가하면 보면 볼수록 화가 나고 안달나게 하는 얇고 길게 뽑아내는 국수 같은 악역도 있다. 이 둘이 합쳐져 얼큰한 국수가 되는데 조재현이 바로 국수 장인의 솜씨를 훔친 진정한 국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재현 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움이 함께 어우러져 드라마 속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칫 제목만 보면 요리 드라마,장인 대결 드라마로만 볼 수 있지만,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스토리들이 복수의 복수들로 들끓어 긴장감을 쌓아가고 있다. 악역 연기에 있어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가진 가장 큰 연기 고민은 바로 '당위성,정당성'이다. "내가 꼭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 "왜 악할수 밖에 없는가?" 에 대한 고민이다. 그 이유들을 그는 전혀 유치하지 않게, 그리고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중이 갈망하는 악역 연기에 대한 틀을 깨지 않는 김길도인 것은 분명하다. 좀 더 독창적인 국수의 신이 되어 주었다면 대중은 악역 김길도에게 더 열광할 것이다. 늘 알던 국수맛이라 열렬하진 못하지만 매주 그 집을 찾아가 한 그릇 씩 부담 없이 사먹게 된다. 좀 더 독하게 살 수 밖에 없고 이젠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앞으로 더 보여준다면 좋겠다. 악함에도 열정있는 김길도를 잘 부탁드리고싶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 :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화면을 장악하는 그의 연기는 알파치노의 연기를 보는 듯 느껴진다. 타자를 맞춰잡는 투수처럼 어느 때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노련한 백전노장이다.


최당석 동서울대학교 연기예술과 전임교수 : 표현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 구축이다.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번 작품 역시 연기력 만큼은 감히 논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조재현 연기력 부문별 평가

조재현의 연기력은 대본 이해 분석력, 표현과 창의력, 내적정서의 진정성, 화술과 제스처, 배우의 매력성 등 총 5가지 부문으로 평가됐다. 5가지 부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문은 배우의 매력성 부문이다. 만점에 가까운 90점이 나왔다. 모든 자문단들이 90점, 80점, 100점, 90점의 높은 점수를 준 결과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예술학부 외래교수는 조재현의 연기를 그의 드라마 '국수의 신' 속 주요 소재이기도 한 국수에 비유하며 그의 매력을 평가했다. 서희 교수는 "등장 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목구멍을 타게 만드는 펄펄 끓는 국물 같은 악역이 있는가하면 보면 볼수록 화가 나고 안달나게 하는 얇고 길게 뽑아내는 국수 같은 악역도 있다. 이 둘이 합쳐져 얼큰한 국수가 되는데 조재현이 바로 국수 장인의 솜씨를 훔친 진정한 국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조재현 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움이 함께 어우러져 드라마 속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총점 87.5점이 나온 내적정서의 진정성 지수 부문에서도 고루 높은 점수가 나왔다.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은 "내적 발화의 진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렬함으로 언뜻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 역시도 "소름끼치는 악역의 끝을 선보이고 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카리스마"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가장 점수가 낮은 부문은 표현의 창의력 지수 부문이었다. 이 부문 역시 한 번의 만점이 나오고 70점과 80점의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40점의 낮은 점수가 나와 평이 다소 엇갈린 부문이었다. 풍성한 필모 그래피를 가진 배우들일 수록 더더욱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마다 부닥치게 되는 과제인 창의력은 1984년에 데뷔해 영화, 드라마, 연극까지 합쳐 100편에 근접하는 작품에서 연기해온 조재현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 보인다.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은 "영화 '나쁜 남자'의 그림자가 이후 모든 악역의 역할에 드리워지는걸까?"라고 평가했고, 서희 교수 역시 "대중이 갈망하는 악역 연기에 대한 틀을 깨지 않는 김길도인 것은 분명하다. 좀 더 독창적인 국수의 신이 되어 주었다면 대중은 악역 김길도에게 더 열광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KBS
종합 : '마스터 국수의 신'에서 보여준 조재현의 연기는 확실히 섬뜩하다. 그가 연기하는 악인, 김길도가 전하는 섬뜩함은 자신의 불우하고 비참한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타인의 생명까지도 가차없이 해하는 죄악, 즉 행동에서 뿐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타인을 조종하려는 것에서 빛을 발한다. 마지막 회차에 다가갈 수록 길도는 주변의 인물들의 감정을 혼돈시키며 자유자재로 이들을 조종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자신의 불우한 과거까지 서슴없이 털어놓으며 연민을 자아내다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하기도 한다. 그 순간 사용하는 표정들이 길도라는 인물의 성격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 조재현의 연기에 대해 자문단들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특히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는 조재현을 알파치노의 비유하기도 했다. 눈빛과 표정 만으로도 화면을 장악해내는 능력이 그의 연기를 통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서은혜 원장 역시 "디테일한 표현과 사이코 패스의 이중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해내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다만 극성이 강조되는 드라마의 특성상 캐릭터는 빤할 수밖에 없으며 조재현의 김길도 역시 지금까지 봐왔던 악인들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섬뜩함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소 고루하다는 평가는 풍성한 필모를 가진 배우에게는 늘 따라다닌다. 언젠가 조재현이 또 한 번 결정적인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를 만나 지금까지의 보여준 연기를 한차원 확장시킬 수 있다면 그는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이 말했듯 국민 배우로 떠오르고 말 것이다.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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