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살며, 여행하며, 사랑하며 느낀 스페인의 속살 기행 '스페인, 마음에 닿다'(박영진, 마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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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평범한 여행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베리아 반도를 둘러싼 중세 가톨릭 왕국과 이슬람 왕국의 세력 싸움뿐 아니라, 그 훨씬 이전인 기원 전 원주민과 로마 제국의 이야기까지 스페인 땅의 역사적 흐름을 꿰뚫는 설명이 더해졌다. 또한 20대의 젊은 헤밍웨이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쓰기 시작한 빰쁠로나의 이루냐 카페, 내전의 아픔과 피카소의 슬픔이 깊게 베인 게르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 디에고와 이사벨이 잠들어 있는 떼루엘,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가 머물렀던 마요르까의 허름한 수도원 등 스페인 곳곳에 숨어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렇게 얽혀진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는 독자들이 그 여행지의 아름다움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연못에 비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야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때를 스페인 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가 아니라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신께 의지했던 겸손하고 신실한 가우디를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유명한 관광지를 다 돌아보는 분주한 일정으로 쫓기듯 걷는 걸음 말고, 어느 한순간에라도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는 일. 그 시선이 발끝을 타고 깊숙한 내면으로 흘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평범한 경건의 체험. 낯선 도시에서 까만 땅을 밟고 파란 하늘을 우러르는 모든 여행자의 마음에 이런 체험이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응원이 담겨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