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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라기' 에이핑크 정은지가 정상에서 흘린 눈물은 감동이었다.
정은지는 보기 드물게 속이 꽉 찬 스타다. 음악을 향한 진지한 열정과 도전, 여배우로서의 착실한 필모그래피는 수도 없이 쏟아지는 아이돌, 걸그룹 속에 그녀를 확실히 차별화하는 증거다. 2012년 '응답하라 1997'에서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통해 여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그녀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에서 잇달아 주연을 꿰찼다. 각 방송사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단단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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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지 않은 형편속에서 가족을 위해 달려온 그녀는 반듯하게 성장했다. 데뷔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집안 빚을 다 갚았을 때"라고 했다. "아침에 '엄마, 용돈' 했을 때 지갑이 텅텅 빈 걸 워낙 많이 봤고, 엄마가 우는 것도 수시로 봤기 때문에 '돈 벌면 빚 갚고 걱정 없이 살게 해줘야지'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중략)조금씩 이자 갚고 원금 갚고 하다 보니 딱 청산이 된 거죠. 그게 재작년 제 생일 때였어요. 엄마가 신혼여행 후로 제주도에 다시 못 가봐서 다 함께 제주도로 여행 갔죠. 엄마한테 밥상을 차려드리고 통장을 내밀었더니, 대성통곡하시는 거예요. 같이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현실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꿈과 끼,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온 '명랑소녀 분투기'는 감동적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스로 길을 열어왔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생기발랄한 꽃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녀가 정상에서 쏟은 눈물은 그래서 더욱 값졌다. '반달 눈웃음'의 대명사인 그녀가 '고운 눈물'로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