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출장토크①] 김구라 "'라스'는 공격수, '복면'은 수비수"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4-22 09:26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에는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현장에서 만난 김구라의 속사포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김구라(46), 긴장된 만남이었다.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찰영장이 있는 파주 세트장 근처 주차장. 기자들 앞에 검은 승용차 하나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운전석에서 내린 것은 이 프로그램 메인 MC 중 한 명인 김구라. 쉬는 시간을 이용해 사우나로 향하다 급히 차를 돌려세운 길이었다.

사실 인터뷰 현장에서 약간의 소통이 어긋났던 상황. 김구라를 만나기 위해 '헌집새집' 세트장으로 달려갔건만, 김구라 측에서 현장취재를 먼저 하러 간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에 인터뷰는 조금 후에 하는 것으로 알고 먼저 사우나에 들르려 했다고. 독설가의 이미지가 강한 김구라와 만남에 조금은 긴장됐던 차에 만남이 엇갈리자 어쩐지 긴장감이 몰려왔다.

다행히 멀리가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차를 돌렸다"는 김구라는 3분여 만에 촬영장으로 되돌아왔다.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기자에게 김구라는 밝은 얼굴로 "아닙니다. 괜찮아요"라며 흔쾌히 캠핑카에 올랐다. 184cm의 건장한 체격인 김구라가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자 캠핑카 입구가 꽉 찼다.

촬영 막간을 허락해 준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예정대로 사우나를 할 수 있도록(다음 녹화 컨디션을 위한), 최대한의 몰입도를 발휘해 속전속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물론 내공있는 예능MC 김구라의 입담 덕에 가능했다.


김구라하면, '연예대상'에 빛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데뷔 22년만에 돌아간 2015 MBC 연예대상은 이견없는 결과였으며, 김구라가 예능계 정상에 올랐음을 입증한 것이었다. 늦은 수상 축하와 더불어,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올해에는 대상의 기운이 감지되는지 물었다.

"작년에는 제가 프로그램을 좀 많이 하고 그래서 대상을 탔는데, 올해는 그저 프로그램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고 그러고 있죠. 벌써 뭔, 섣부른 얘기죠. 우선은 제가 하는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나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등 지금까지 반응 좋으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걸로. 그런 거죠 뭐."


MBC 뿐만이 아니다. 김구라는 지난 한해 MBC '복면가왕', '마리텔', '능력자들'을 비롯해 SBS '동상이몽', tvN '집밥 백선생' 등 론칭하는 프로그램들을 성공으로 이끌며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나 포맷의 프로그램들이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의 혜안이 빛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구라는 "선구안 같은 건 없어요. 해보고 나서 이건 좀 잘 되겠다 안 되겠다 이런게 있는데. 요즘은 뭐 예측하기도 힘들고. 다만 하면서 '이건 좀 되겠다' 이런게 있긴 있는데, 예상처럼 안 되는 것도 있고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2015년은 그랬는데, 2014년도엔 또 제가 한 것 중 안 된 것들도 꽤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하는 프로그램 다 잘 됐다' 이건 뭐 우스갯소리로 한거고, 우연찮게 또 프로그램들이 잘 되다 보니까 더 좋은 기획안이 들어오고 그런 거죠. 제가 예측하고 그런건 없어요."

특히 김구라는 매 방송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독보적이다. '라디오스타'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주는가하면, '복면가왕'에서는 전문가 급의 음악적 비평과 가요 지식을 뽐내고 있다. 다양한 패널 사이에서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웃음을 담당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마리텔'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인물들을 끌어와 알찬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제가 흔히 얘기하는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고, '복면가왕'은 또 다르죠. 제가 프로그램 들어갈 때 '꼭 MC를 해야된다' 이런 생각을 갖는게 아니거든요. 김성주 씨가 그런 무대 진행을 잘 하고, 사실 또 김성주가 판정단에 있으면 맞지 않는 면이 있죠. 반면에 저는 관찰력이 좋고 눈썰미가 있으니까 판정단석이 더 낫겠다 싶었죠. 또 제가 되도 않는 말도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웃음) 왜냐면 음악하는 분들은 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그림을 정확하게 알고 들어가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죠.

그리고 '마리텔'은 저야 운 좋게 첫 회부터 쭉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출연자들에게 관심가는 게 사실이니까. 저는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분량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냥 제가 여러가지 관심도 많으니까 전문가나 콘텐츠와 관련된 분들과 얘기할 수 있는 것으로 방송을 꾸미죠. 순위 신경 안 쓰고 편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인테리어, 시사에 이르기까지. 김구라는 예능 MC 중 가장 폭 넓은 프로그램 소화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명목상의 진행이 아니라,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멘트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공부를 따로 하는 건 아니예요. 제가 워낙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요. 책을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무래도 소식이나 기사를 보는 게 좀 더 맞는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썰전' 같은 경우 신문을 꼬박 챙겨서 보고요. 제작진이 주는 자료를 정독해서 숙지 하고 들어가요. 그래야 출연자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그 분들이 빠뜨린 것을 제가 짚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게 공부라면 공부죠."

고정 프로그램만 7~8개. 일주일이 모자라는 대세 예능인의 생활이다.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아니 쉴 시간은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해요. 한 달에 한 두번 골프 치는 정도 빼고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서장훈이 '구라형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한 게, 난 5일 연속 방송 했더니 너무 힘들더라. 일주일에 꼭 한 두번은 술을 먹는데 그 약속도 펑크를 냈다'더라고요. '형이 끝나면 집에 가서 쉬고 하는게 착실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체력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군요. 지금 프로그램이 작년부터 해서 한 7개에서 플러스 알파였으니까요. 다음날 녹화가 있는데 술먹는거 자체가 말이 안 되죠. 그래서 안 먹다 보니까 또 계속 안 먹게 되고. 매일 일 끝나면 집에서 쉬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이 제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술 먹은 사람과 녹화를 해 보면 아무래도 제가 활기가 더 있고. 덜 피곤한 사람이 멘트도 좀 더 하게 되고, 정신도 맑으니까. 제가 봤을 때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인터뷰 내용이 불과 10여분간 대화였다. 질문을 하는 순간 바로 답변이 나오는 김구라의 순발력과 입담은 새삼 감탄스러웠다. 재치있는 스토리텔링에 틈틈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말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답변을 받아적는 손이 이제껏 인터뷰를 통틀어 가장 바빴을 정도. 마치 김구라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참여하는 기분이다.

각설하고, 김구라는 알고보면 '케미 요정'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다양한 파트너와 호흡을 맞췄다. 김국진, 윤종신, 규현과 호흡이 척척 맞는 '라디오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동상이몽'을 통해 유재석과 '연예대상 케미'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동엽, 이경규 등 개성강한 '예능 지존'들과도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강호동 씨와는 기회가 없었는데, 그 외에는 거의 다 같이 해봤어요. 신동엽 씨야 '세바퀴'라던가 많이 해서 잘 맞고, 김성주 씨랑 할 때는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니까 편하죠. 전현무 씨도 편하게 잘 맞고. 이경규 형이랑도 워낙 좋고요.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제기 '탁재훈이나 박명수랑은 안 맞는다' 이렇게 얘길 했는데 그건 옛날 얘기고.(웃음) 지금은 PD들이 MC들 성향을 잘 알잖아요. 역할이 겹치는 게 있으니까, 그 분들과는 사실 같이 하는 프로그램 섭외가 잘 안 왔어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고요. 이번에 또 탁재훈 씨 '라디오스타'에서 만났는데 생갭다 아주 재밌게 잘 했습니다."

프로그램마다 다른 역할을 보여주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김구라는 수비수 보다는 공격수에 가깝다. 정곡을 찌르는 멘트로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반면, 날카로운 질문이 쉽지 않은 순간도 있을 법하다. 그런 스스로의 예능 캐릭터가 부담스러울 때는 없을까?

"옛날처럼 그러진 않아요. 방송이라는게 옛날에는 제가 어떤 주어진 역할이 있어서, 부담이 되도 공격을 하고 이런 게 있었는데요. 지금은 어거지로 하면 예의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예의없이 해서 질타를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런 흐름에 맡겨야죠. 어차피 제 성향자체가 남들보다는 뭐랄까, 조금 더 도드라지는게 있기 때문에, 굳이 독하게 하려는 자체가 불협화음이 많이 나고요. 박나래나 허경환 같은 후배들한테 막하는 것은 친하니까 그런거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에서 '예의없어 보인다'고 하면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생각하는 것보다 그 후배들과는 여기저기서 프로그램 같이 하고 있고, '공생'하는 거죠. 제가 뭐라고 하면 받아치고 그런 메카니즘이 있으니까요. 일부러 막 작정하고 공격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요즘 작가들이 강하게 하면 '여기서 너무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해야지' 해요. 연차와 경험이 쌓이니까, 그런 얘기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어떤 방송인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김구라는 "저는 성격도 그렇고요. 방송은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제 생업이죠"라는 담백한 답이 돌아왔다. 생업이기에 그만큼 더 소명감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김구라는 자신만의 예능 역설을 담담히 들려줬다.

"저는 역설적으로 모든 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에요. 왜냐면 의미를 두면 실망도 많이 하고 힘도 많이 들어가고 그러니까.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하는거예요. 대신 열심히 해야죠. 당연히 열심히 하죠. 얼마전에 어떤 작가가 '빨리 프로그램 끝내려고 하고 열심히 안 하려고 하시잖아요'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얼굴을 걸고 하는데 재미있게 안 하면 그 데미지가 나한테 온다. 열심히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다만 생각이 다른 것 뿐'이라고 말했죠. 아니, 돈 받고 하는데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만 생각이 달라서 '이 부분은 굳이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싶어도 제작진이 원하면 같이 하고, 의구심을 갖고도 제작진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거죠. 내 생각이 맞는거 같으면 설득고, 안 되면 또 하는 거고요. 저는 모든 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거지. 마음을 차분히하고 끝나면 집에 가고 그런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편안하고요."

너무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어려운, 김구라의 예능 역설이었다. 결국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들뜨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고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맞춘 듯 자기 몫을 다 해내는 김구라의 진짜 비결이 아닌가 싶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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