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출장토크①] '납치 전문가' 나영석PD를 납치하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4-16 10:30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 코틀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근데 이번에는 '출장'이 아니라 '납치'로 이뤄졌다네요. '납치의 대가' 나영석 PD를 납치한 대담한 기자들(사실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는)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신서유기2' 제작발표화가 열린 지난 15일 . 무작정 주차장으로 이끌린 나영석 PD가 기자의 흑심(?)을 알고 깜짝 놀라고 있다. 황당한 표정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납치 토크가 시작됐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자수합니다.

스포츠조선 두 명의 기자들은 지난 15일 오후 1시간 동안 나영석PD를 '납치'했습니다. 완전 범죄라 자신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이 사실을 저희만 알고 있자니 양심이 찔리더군요. 그래서 독자분들께만 살짝 고백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아... 이게 이런 느낌이군요. 깜짝 놀랐...놀라기도 정말 놀랐고,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휴...제가 지금까지 했던 납치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네요."(납치 당한 직후 나PD가 밝힌 심경)


이날 오후 3시 14분께 tvNgo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 직후 우리는 선량한 취재진으로 위장, 나PD에게 추가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며 그를 유인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캠핑카 앞에서 그에게 조심스레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편지를 읽은 나PD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당황스럽고도 놀란 표정을 지었지요. 그리고는 허둥지둥 "잠깐만 전화만 한 통 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무슨 편지였는데 그러냐고요? 바로 이 편지입니다.


편지 내용이 어쩐지 익숙하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편지는 바로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서 나영석PD가 강하늘에게 전달한 손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따왔거든요. 내용만 상황에 맞게 바꿨죠. 이 편지, 아주 효과가 그만이더군요. 강하늘도 턱시도 차림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했던 편지가 아닙니까. 어설픈 납치범들의 등장에 당황하던 나PD도 편지를 보고 난 후 결국 차에 올랐으니 말이죠. 편지의 위력은 나PD도 인정했습니다.

"편지를 보는 순간, 그 내용이 제가 하늘이한테 했던 거랑 똑같더라고요. 참...저도 참 나쁜 사람이었더라고요. 어떻게 이걸 눈 앞에서 찢을 수 있겠어요. 그러면... 이상해지는 거잖아요."

네. 저희가 그걸 보고 배웠습니다. 이른바 '모방 범죄'라고 할 수 있죠. 후훗.



"그때 제작진은 하늘이가 혹시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못 한다고 하면 찍은거 다 파기하고 진짜 없던 일로 하자고 얘기 했거든요. 진심이었죠. 근데 막상 편지를 읽어보니까, 하늘이가 절대 그럴 수 없었겠네요. 아, 제가 나빴네요. 진짜 나빴어요.... 방법을 바꿔봐야겠어요."(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쩐지...나PD님을 깊이 반성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저희의 짧은 납치극은 초범치고는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우선 사전에 렌트한 캠핑카는 '꽃보다 청춘' 비행기 못잖게 안락하고 쾌적한 납치 공간을 만들어줬죠. 특히 3m10cm 높이의 캠핑카는 주차장이 아닌 현관 주차만 가능했는데요. 이게 또 '신의 한 수'였달까요. 만약 나PD를 어두운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갔다면 의심을 샀겠지만, 대낮에 호텔 현관에서 납치당하리란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여기에 '꽃보다 나PD, '신서유기2' 대박!'이라는 푯말을 꽂은 맛있는 망고 케이크도 사비로 준비했습니다.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해 납치된 상황을 잊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죠. 저희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나PD가 납치 상황임을 잊고 이렇게 유쾌한 포즈까지 취해줬으니까요. :)
결정적으로 '복선'을 까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PD만의 납치 철학'에 대해 질문 한 것은 사실 모두 계산된 거였죠.(소름) 기자 한 명이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꽃보다' 시리즈에서 여러 출연자들을 납치해 여행에 데려가는 콘셉트를 보여줬는데, 납치로 시작하는 이유가 뭔가요? 본인만의 납치 철학이 있을까요?"라며 질문했죠.

그때 나PD는 "납치는 그냥 웃기려고 하는 거고, 당황하라고 하는 거죠. 출연자들이 예상치 못했으면 좋겠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 분들이 즐거워 했으면 해서 하는 거예요.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TV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만이 아니라,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가 보면 어떨까 싶었던거죠.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시도하는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네. 이제야 제작진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당황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니 '꿀잼'이더군요. 불과 몇 분전까지는 납치될 줄 꿈에도 모른 채 이렇게 제작발표회에서 웃고 있었는데 말이죠.


눈치채셨겠지만 저희는 그렇게 야박한 납치범은 아닙니다. 나PD는 캠핑카에 오르기 전 당황한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건 뒤 돌아왔는데요. 알고보니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근처로 식사를 하러간 '신서유기2' 팀에게 뒤따라 갈테니 먼저 가있으라 알리기 위한 전화였습니다. 마음 약한 저희는 미안함에 내비게이션에 식당 주소를 찍었습니다. 라오스, 페루, 아이슬란드는 못 가더라도 서울에 위치한 식당 정도라면, 문제 없습니다.


아아, 역시 원조 '납치 전문가'답습니다. 기자가 만든 OX 질문지에서 '나는 납치할 때 희열을 느낀다'는 항목에 망설임 없이 동그라미를 친 나PD. 내친김에 '가장 기억에 남는 납치'도 물었습니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납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가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100% 속였다는 희열이 엄청났어요. 그리고 납치하기 전에는 만약 이 친구들(유연석, 손호준, 바로)이 혹시나 기분 나빠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이 친구들은 '꽃보다 청춘' 여행 이야기를 듣자마자 '와! 대박! 당장 가요!' 이러더라고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시나리오대로 속였다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나PD 마음=기자들 마음)


납치하면 나PD고, 나PD하면 납치인데 말이죠. 이제는 납치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새로 합류한 멤버 안재현과 나PD의 첫 만남이 담겨 눈길을 끌었거든요. 그런데 안재현이 상당히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메고 왔더군요. 가방 안에는 비상약부터 여행 대비 물품이 가득했죠. 나PD 예능 제대로 예습했군요. 아아...이런 식이면 앞으로 납치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꽃보다 청춘'을 하면서 기획한 게 납치 콘셉트였어요.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와 달리 젊은 친구들이 여행가는 거잖아요. 대학 시절에 친구들이랑 술 먹다가 갑자기 즉흥적으로 여행길에 올랐을 때의 기분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여행임에도 추억에는 굉장히 오래 남죠. 그런데 그런 '납치'의 즉흥적 여행이 반복되다보니까 지루하다는 의견이나 출연진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PD의 납치 콘셉트,저희가 인정합니다. 이거 정말 '꿀잼'인걸요. 이제 실제로 겪으셨으니, 더 치밀하게 출연자들을 납치해주세요.

☞나영석PD [출장토크②]로 이어집니다.

ran613@sportschosun.com,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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