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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살릴게! 내 인생 살렸으니까. 너도 이제 살아봐!"
MBC 주말 드라마 '결혼계약'이 10일 방송된 12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뇌종양 사실을 숨겨왔던 혜수(유이)는 이날 이혼을 하기 위해 법원 앞에서 만난 지훈(이서진)으로부터 "너 내가 살릴게"라는 말을 듣게 된다. 지훈이 그토록 꽁꽁 숨겼던 자신의 병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 혜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닥쳐온 자신의 죽음보다 당장 딸 은성(신린아)의 미래를 걱정해왔던 혜수로서는 스스로에게 조차 하지 못했던 말을 지훈으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남편을 일찍 잃은 싱글맘에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늘 씩씩하게 살아오던 혜수였지만 죽음 앞에서는 좌절만 느낄 뿐이었다. 지훈과의 로맨스가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유일하게 "살려준다"며 손을 뻗은 지훈. 혜수와 지훈의 관계는 한 발짝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남몰래 애절하게 속을 끓여야 했던 혜수의 죽음을 지훈이 정말 막을 수 있을지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인생의 참 가치를 알지 못한 채 방황만 하던 남자와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여자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결혼계약'은 1998년작 드라마 '세상끝까지'를 집필한 정유경 작가의 작품이다. 김희선, 류시원 등 당대 최고 톱스타들이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멜로 '세상끝까지' 역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와 그녀를 살리려는 남자의 애끓는 로맨스. 당시 김희선은 결국 백혈병으로 죽음을 맞는 새드엔딩으로 결말을 맺었다.
그로부터 18년 후, '결혼계약'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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