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런닝맨은 중국용?' 새PD가 답하는 당신의 편견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6-04-10 09:0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솔직하게 말하자면 '런닝맨'은 올해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했고,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해의 모자란 점은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채우겠다. 2016년 동시간대 1위 해내겠다."

국민 MC 유재석은 2015년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사한 후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한 유재석이지만, 그가 공개석상에서 '동시간대 1위를 해내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재석은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방송인이다. 유재석이 이렇게 공개석상에서 호언장담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은 곧 증명이 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복면가왕'에 밀려 오랫동안 시청률 부진에 늪에 빠졌던 '런닝맨'이 점차 상승 기류를 탄 것. 지난 3일 방송분이 전 주 방송분(5.4%)보다 무려 2.6%나 시청률이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순하게 시청률 뿐만 아니라 호평도 크게 늘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편에서 멤버들의 속마음을 알아보며 게임 위주의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점, 게임을 정치사회 이슈인 '선거'와 결합한 점 등이 주효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연출진의 변화가 있다. 그동안 '런닝맨'을 이끌었던 임형택 PD가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SBS의 젊은 피인 이환진, 박용우, 정철민 '동기 PD' 3인방이 지휘봉을 물려받게 된 것.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박용우, 정철민 PD는 "'런닝맨'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아직 보여드릴 게 더 많다"며 쑥스러워했다. 인터뷰 내내 3명에게서 프로그램, 멤버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이하 일문일답, 정철민 PD=이하 정, 박용우 PD=이아 박)

-3일 방송분 시청률이 많이 올랐다.

정: 전날 방송 시청률 표가 6시에 나오는데,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대기했다. 밤잠까지 설쳤다. 멤버들의 즉석 섭외로 박보검, 설현, 유연석 씨 등 스타들이 출연했는데도 시청률이 저조하면 그건 전적으로 연출자의 잘못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청률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이 몇 년 같았다. 그런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사실 시청률 상승이 게스트 때문이냐, 아니면 프로그램의 구성과 기획 때문이냐도 중요하다. 시청률 수치를 보니 게스트가 모두 빠져나간 다음에도 시청률이 떨어지지가 않았더라. 구성이 나쁘지 않았구나 싶었다.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던 프로그램의 연출을 넘겨받게 된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정: '런닝맨'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더 많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준 상태에서 잘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보여드려야 한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더 마음껏,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박: 시청률이 아쉽긴 했지만 '런닝맨'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야구로 치면 사실상의 패전 상태가 아니라 한두 점 정도 뒤진 상태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충분히 반등과 역전의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다.


-'런닝맨'은 촬영이 힘든 걸로 유명하다.

정: 촬영과 편집량이 어마어마 하다. 일정도 정말 살인적이다. 그래서 PD들 사이에 '런닝맨'이 기피 프로그램 1위다.(웃음) 하지만 전투력과 경험치를 쌓기에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난 원래 초창기 '런닝맨'의 막내 조연출이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잘 알기 때문에 회사에서 '런닝맨'의 연출을 맡으라고 했을 때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내 때와 달리 여러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넓어진 안목과 혜안을 갖고 막내 때와 또 다른 재미를 가진 '런닝맨'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 '런닝맨' 전에 '정글의 법칙'을 했었다. 정글에서 배운 전투력이 '런닝맨'을 하면서 많이 도움이 됐다.(웃음) '런닝맨'이 굉장히 '하드'한 프로그램이긴 한데, 동기 PD들과 함께 연출을 맡게 돼 도움이 많이 됐다. 각자 야생 버라이어티, 시트콤, 스튜디오 예능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각기 다른 연출을 맡다 와서 시너지가 굉장히 크다.

-그동안 '런닝맨'이 지나치게 만화적이고 유치한 '아동용 예능'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것이 알고 싶다' 특집부터 '선거' 이슈를 접목시킨 게임 등 변화를 주는 것 같다.

정: 분명 과거 초능력, 슈퍼 히어로 등 설정을 재미있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조금은 유치할 수 있는 설정이 외면 받는 때도 있다. 예능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트렌드와 시청자의 수요에 따라 그 어떤 '재미있는 것'이라면 다 해볼 생각이다. 다만 무엇이든 '소통'에 초점을 두려한다.

모든 소통은 시의적절함 속에서 나온다. 현재 시청자들이 기장 원하는 바를 시의적절하게 구현하는 게 소통이라 생각한다. 게임에 '선거'라는 이슈를 접목시킨 이유도 그렇다. 중요한 건 '런닝맨'스러움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 소통에 중점을 두려고 진중하고 무겁게 풀어낸다면 그건 '런닝맨'이 아니다. '런닝맨'다운 에너지와 재미는 잃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름표 뜯기' '방울 레이스' 등 '런닝맨' 특유의 게임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는데.

정: 아까도 말했듯 '재미'를 위해서라면 경계를 두려하지 않는다. 요즘 왜 '이름표 뜯기'를 안하냐고 물으신다면 당당히 '시청률이 안 나와서'라고 말할 수 있다. 시청률이 낮다는 건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고전적인 게임들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 필요한 때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꺼내올 수 있다. 이유가 있고 수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유치한(?) 게임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런닝맨'이 국내가 아닌 중국을 위한 '중국용 예능'이라는 시선도 있다.

정: 이전 연출자의 의도를 100%로 알 수는 없지만, 전임인 임형택 PD님은 단 한번도 중국을 의식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았다. 회의 때도 '중국을 겨냥해야 하니 이런 걸 해야 한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런닝맨'이 중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런 오해와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런닝맨'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박: '런닝맨'이 갖고 있는 포맷의 유리함 때문인 듯 싶다. '런닝맨'은 토크보다 게임이 중시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런닝맨은 해외용'이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려 한다. 앞서 말한 '시의적절한 소통'을 녹여내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다. 수출과 내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새로운 PD들과 함께 가게된 '런닝맨'을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정: 이전 '런닝맨'이 야외 게임 버라이어티 였다면, 지금의 '런닝맨'은 그냥 버라이어티가 될 거다. 야외에서 할 수 도 있고 스튜디오에서도 할 수 있으며, 게임을 할 수 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정짓고 싶지 않다. '런닝맨'을 '버라이어티한 버라이어티'로 만들겠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SBS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