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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1주년①] '복면가왕', 가면이 벗겨낸 편견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4-01 07:45 | 최종수정 2016-04-01 08:43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가면으로 편견을 벗긴 '복면가왕'이 1주년을 맞았다.

MBC '일밤-복면가왕'은 지난해 설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된 뒤 시청자들의 호응 속에 그해 4월5일 MBC 간판 주말 예능 '일밤'의 1부 코너로 정규편성됐다. 이후 매 방송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며 거침없이 1년을 달려왔다.

'복면가왕'은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설 특집 파일럿 당시 출연했던 가수 홍진영, EXID 솔지, 케이윌, 조권 등을 다시 패널로 초대해 녹화를 마쳤으며, 오는 3일과 10일 2회 연속 1주년 특집을 방송할 예정이다.

'복면가왕'은 계급장을 뗀 8인의 스타가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토너먼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나이, 직종, 신분을 숨긴 스타들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낸다는 기획 의도가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과 색깔을 달리했다.

'복면가왕'이 다른 음악 예능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배경에는 '가면'이라는 아이템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 가면을 씀으로서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고, 승부가 아닌 그의 정체를 맞추는 추리가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무엇보다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고정관념들을 깨는 역할을 했다.

가면을 벗는 순간의 반전과 감동은 어느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으며, 그렇게 '복면가왕'은 시청자들과 출연자 모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요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음악 프로그램은 가수만의 전유물?


'복면가왕' 최고의 장점은 탈락해도 그것이 패배로 비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뷔 27년차 가수 신효범이 탈락할 수도 있고, 음악을 좋아하면 개그맨 윤형빈도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 '복면가왕'의 무대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경합의 장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여느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화가 분명하다.


신인 가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고, 이미 널리 알려진 가수들은 가면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혹은 자신조차 몰랐던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다. 출연해서 손해보지 않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복면가왕'의 큰 강점이다.

덕분에 연륜있는 가수들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들과 배우, 개그맨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복면가수로서 무대에 올랐다. 이는 음악 예능의 한계를 부수고 있으며, 방송이 거듭될 수록 오히려 더 놀랍고 색다른 출연자들의 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아이돌은 가왕이 되기 힘들다?


정체를 감추니 유명한 가수들 보다는 색다르고 신선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조명을 받게 됐다. 그 중에서도 편견을 벗은 아이돌의 힘은 굉장하다. '복면가왕'은 앞서 파일럿 방송 당시 그룹 EXID의 솔지가 가왕에 오른바 있으며, 정규편성 이후 1, 2회 연속 가왕에 오른 '황금락카 두통썼네'가 그룹 에프엑스의 루나로 드러나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매운 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멜로디데이의 여은으로 밝혀져 시청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가왕에 오른 주인공 뿐 아니라 많은 아이돌이 '복면가왕'을 통해 저력을 입증해 왔다. 비투비 손동운은 '나는야 바다의 왕자'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준결승까지 올랐고, 비투비 육성재 역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반전을 준 아이돌 출연자였다. B1A4의 리드보컬 산들도 첫 번째 경연에서 결승전까지 진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배가 되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2AM의 창민은 연예인 판정단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로맨틱 쌍다이아'로 출연한 틴탑의 천지는 매력적인 음색으로 주목 받았으며,'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미쓰에이 민은 가성을 활용한 감미로운 창법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아이돌은 4연속 가왕자리를 지켰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를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로 출연했던 에피핑크 정은지는 결승에 올라 클레오파트라와 맞대결을 펼쳤다.'내 칼을 받아라 낭만자객'으로 출연해 클레오파트라를 위협했던 스피카의 김보아 또한 독특한 음색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로 주목받았다.

이는 대중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창법과 선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가창력을 고루 갖춘 아이돌의 저력을 입증한다.

'복면가왕' 제작진은 "사실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돌은 많다"며 "하지만 워낙 그룹도 많고, 주로 한 명의 가수로서 보다는 그룹의 색깔이나 특색으로 평가를 받아 온 것 같다. 그들의 퍼포먼스나 편중된 음악에 치중돼 있었던 것이 아닐까. 꼭 가왕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돌의 그런 편견이 깨지는 순간 그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아이돌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재출연은 안 된다?


'복면가왕'은 예상치 못한 재출연으로 더욱 유쾌하고 풍성한 대결을 만들었다. 평가단조차 익숙지 않은 상황에 '재출연 해도 되는 거냐'고 의문을 드러냈지만, 제작진은 이조차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며 재출연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오히려 한 번 출연했던 복면가수가 또 다시 놀라운 반전 무대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강균성이 '웃는 얼굴에 수박씨'로 재등장해 '매운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와 대결을 펼쳤다. 강균성은 이미 4월 '집 나온 수사자'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본래 목소리를 감추고 허스키한 톤으로 노래해 정체를 완벽히 숨겨 놀라움을 선사한 바 있다.

첫 출연 당시 첫 소절만에 들켰던 홍진영은 지난 무대의 아쉬움을 위해 수개월 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재출연, 이번엔 패널들을 깜짝 속이는데 성공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와 가왕 쟁탈전까지 올라갔던 조장혁은 이후 특별생방송 우승자의 자격으로 다시 한 번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이 또한 '작년에 왔던 각설이'라는 이름으로 재등장, 가면 속에 힌트에도 불구 판정단을 감쪽같이 속여 놀라움을 선사했다.

재출연과 관련해 제작진은 "사실 두 번 이상 나올 수 없다는 것도 편견이 아니냐. 강균성 씨가 첫 회 출연하던 날 또 나오고 싶다는 바람을 보여줬다. 그래서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가 이 정도에 투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불렀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재미있으면 앞으로 또 다른 가수가 재등장할 수 있다"며 "사실 재출연할 수 없다는 것도 편견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면가왕'은 가면을 통해 가수에 대한 편견을 깼을 뿐 아니라, 음악 예능에 흔히 적용하는 규칙에 대한 편견도 뒤집어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놀라움을 주고 있다. 가수들 또한 이에 보답하듯이 재등장임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감춰진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가면으로 정체를 가릴 수 있기에 가능한 재출연이었다.

ran613@sportschosun.com /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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