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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첫술에 배부르랴? 아니, 첫술부터 배불렀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산속에서 장기를 두는 이인좌와 백대길(장근석)의 등장으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아낸 '대박'. 이어진 장기판에서 백대길은 졸을 살리며 적진으로 다가갔고 이인좌는 자신의 졸을 내주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두며 백대길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이인좌는 "병졸의 희생 없이 어찌 왕을 잡을 것이냐? 대의를 위한 희생이다. 이 나라 조선을 위해, 백성을 위해"라며 자신의 백성을 이용해 왕을 처단하겠다는 방식을 설명했다. 하지만 백대길은 "대체 누구를 위한 희생이냐? 옥좌에 한 번 앉아보겠다고 팔도 백성을 유리한 당신이? 백성 무시하는 왕은 필요없다"며 백성을 대변했다. 백대길의 패기를 본 이인좌는 "굳이 네가 막아서겠다면 너 또한 벨 것이다"라며 섬뜩한 야욕을 드러냈고 백대길은 "해봐, 할 수 있으면 베어봐"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백대길은 돌아가는 이인좌의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 이치라는 것이 결국에는 백성이 이기는 법이지"라고 나지막이 답했다. '대박'의 후반부에 펼쳐질 백대길과 이인좌의 대립각을 맛보기로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이후 '대박'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백대길이 태어나기 전, 1693년으로 화면을 돌렸다. 이인좌가 어수룩한 백만금과 그의 아내 복순을 이용해 숙종에게 운명의 도박을 거는 모습이 펼쳐졌다. 낮에는 궁에서 무수리로, 밤에는 투전방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복순을 꾀어내 숙종의 마음을 사게 한 것. 이인좌의 계략인 줄 모르고 복순에게 빠진 숙종은 결국 백만금에게 복순을 건 도박을 제시했다.
휘몰아친 전개로 포문을 연 '대박'. 특히 숙종과 백만금이 선보인 첫 번째 투전은 고작 엽전의 앞뒤면을 맞추고, 술병에 든 술의 양을 맞추는, 어린아이 장난 같은 게임이었지만 그 어떤 게임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그저 가만히 서 있어도 카리스마를 내뿜는 숙종 최민수와 그와 반대로 한없이 유약한 백만금 이문식의 극과 극 아우라만으로 '대박'의 만족도는 상승했다. 이뿐인가? 투전판 여주인 홍매 역을 맡은 윤지혜 또한 첫 회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광렬, 최민수, 이문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만으로 프레임이 가득 찼던 '대박'. 첫술부터 시청자의 배를 두둑하게 채우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동안의 우려와 걱정을 모두 날린 '대박'은 '육룡이 나르샤'의 아성을 이을 명품 사극의 신호탄을 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