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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중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100% 사전제작으로 한중 동시 방영을 시도한 최초의 드라마가 시작부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첫 방송 전에 선판매와 PPL로 손익분기점(제작비 130억원)도 넘겼다. 현재 촬영에 한창인 '보보경심: 려',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더 비기닝',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도 '태양의 후예'를 뒤따르는 사전제작 드라마다.
사전제작, 또는 반사전제작 시스템은 배우들의 인식부터 바꿔놨다. 영화에만 출연하던 배우들까지 적극적으로 드라마 출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 '시간이탈자' 개봉을 앞둔 임수정은 공식석상에서 "요즘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가에서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강동원도 지난해 '검은 사제들' 관련 인터뷰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며 드라마 출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사람 모두 2004년 이후 영화에만 주력해온, '영화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도 발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겨, 7월 방송 예정인 tvN '굿 와이프'로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배우들이 드라마에 호의적으로 돌아서면서 제작자들이 톱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열렸다는 것도 현장 관계자들이 꼽는 기대 요소다. 톱배우 캐스팅은 해외 판권 판매에 필수적이다.
사전제작=제작 환경 개선?
사전제작이나 반사전제작의 가장 큰 효과는 드라마의 질적 향상이다. 최근 종영한 tvN '시그널'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반사전제작 도입이다. 첫 방송 전에 전체 분량 중 절반 가량 촬영분을 확보했고, 종영 2~3주 전에 마지막회 촬영을 마쳤다. 한 현장 관계자는 "제작을 여유롭게 진행하면 촬영팀을 A, B로 나누어 동시 다발적으로 촬영하지 않고 연출자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있고, 후반작업이나 편집에도 공을 들일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 시스템의 변화가 곧 제작 환경의 개선을 의미하진 않는다. 과거에 비해 제작 일정이 한결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촬영 회차가 늘어나면 제작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여전히 현장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현장 스태프의 처우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중 동시 방영 드라마의 경우, 3~4개월 걸리는 중국의 심의 기간과 방영 날짜를 맞추기 위해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못지않게 초치기로 촬영이 진행되기도 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사전제작이라 촬영과 동시에 방영이 안 되는 것뿐이지, 제작비 압박을 받고 촬영 스케줄에 쫓기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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