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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곡을 발표했거나 발표를 앞둔 가요 제작자들이 쳐다볼때마다 한숨을 짓는 곳이 있다. 바로 노래의 성적을 1시간마다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이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쉽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일 오전 11시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 톱20에 오른 곡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발표된 노래가 무려 5곡에 이른다. 또 1월에 발표된 노래가 6곡, 2월에 발표된 노래가 9곡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2월 신곡이 과반수 가까이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월 26일 발표된 '음원 강자' 마마무의 첫번째 정규앨범에서 무려 3곡('넌 is 뭔들' 'I Miss You' '1㎝의 자존심')이 올라와 있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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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부분은 차트의 최상층인 톱5이다. 마마무의 신곡이 발표되기 전까지 1위부터 5위까지는 여자친구, 엠씨더맥스, 지코, 태연, 크러쉬가 마치 하나의 바위처럼 탄탄히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신곡들이 발표됐지만 이들은 한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으며 톱5를 지켜냈다.
이처럼 실시간 차트가 화석화 된 데에는 음악 사이트 이용자들의 청취 습관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이용자 상당수는 노래를 들을 때 실시간 차트에 올라와 있는 곡들을 전체 지정한 뒤 순위대로 스트리밍한다. 그러다가 일이 생겨 스트리밍을 중단할 경우 당연히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일 수록 한 번이라도 더 재생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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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신인 아이돌들이 신곡 발표와 함께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광탈'을 겪으며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다음 활동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또 히트곡만 집중적으로 조명 받다보니 밴드 음악이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상대적으로 리스너가 적은 장르는 신곡 발표가 줄어드는 한계를 맞기도 한다.
최근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킨 한 관계자는 "차트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는데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해도 일단 100위 권 안에 곡이 들어있어야 방송사 PD들에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며 "요즘처럼 차트가 화석화 된 상태에서 100위권 밖의 가수는 많아야 3~4주 정도만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다"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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