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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 '귀향'의 기적, 아픈 역사를 환기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3-02 08:35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일본군 위안부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을 관람하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극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월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24시간 만에 20만(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75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60만 명)을 넘었다. 그리고 개봉 5일째인 28일에는 마침내 100만 고지를 밟았다. 상영관 확보도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궈낸 기적 같은 반전 드라마다. 29일까지 누적관객수는 128만 3697명이다.

3·1절을 맞아 '귀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치솟았다. 이날 '귀향'은 전국 861개 스크린에서 3552회 상영됐다. 동시기 상영작 중에서 가장 많다. 스크린점유율(15.6%)과 상영횟수 점유율(24.6%)도 개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오후 3시 현재 실시간 예매율(영진위 집계)은 34.7%로 압도적 1위이고, 예매관객수는 5만 3749명에 이른다.

수치로 증명된 '귀향' 열풍의 배경에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다. 2002년 기획된 이 영화는 개봉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일본군 위안부 소재에 투자를 꺼린 대기업을 대신해 7만 5000여 시민들이 제작비의 절반 가량인 12억여 원을 모아준 덕분에 어렵사리 완성됐다. 개봉 직전 상영관 배정에 인색했던 대기업 극장 체인을 움직인 것도 높은 예매율로 '귀향'에 힘을 실어준 관객들이었다.

'국민이 만든 영화'라 불렸던 '귀향'은 개봉 이후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로 불리고 있다. 이는 역사 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일방적 위안부 협상 타결 등 과거사 역행에 대한 우려와 국민적 반감이 '귀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구나 새 학기부터 사용되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역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사진과 설명이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객의 역사 인식이 또 한번 환기됐고, 이는 고스란히 '귀향' 열풍에 흡수됐다. 영화가 이념이나 진영 논리를 떠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도 극장으로 걸음을 옮기게 한 이유가 됐다.

때문에 '귀향'의 관객층은 다른 영화들보다 폭이 넓다. 교육의 목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장을 찾기도 하고, 중고등학교와 기업의 단체관람도 줄을 잇고 있다.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관객들도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귀향'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는 3·1절을 맞아 특별상영회를 열었고, 서울 강동구청, 경기 수원시청, 부산시 교육청, 경남 도교육청 등에서도 단체관람을 실시했다. 정치인들은 '귀향' 후기를 남기며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SNS에서는 수익금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에 쓰이는 '평화의 소녀상 배지' 구매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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