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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월 종영①] 8할이 코믹이었던 51부작 대하 시트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2-29 08:12


MBC '내 딸 금사월' / 사진=방송화면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의 끝은 허무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금사월' 51부에서는 거침없이 악행을 자행하던 이들의 처절한 속죄와 사과가 그려졌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복수를 향해 온 신득예(전인화) 또한 분노를 내려 놓고 딸 금사월(백진희)와 화해했다.

권선징악을 유일한 미덕으로 하는 막장극의 결말을 지극히 예상가능하면서도, 통쾌함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곤 한다. 하지만 지난날을 반성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악인들, 비로소 행복을 찾은 이들의 '금사월'의 마지막이 어딘가 허탈하다. 단 한 회만에 이뤄진 억지 해피엔딩은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주기에 역부족이었다.

'금사월' 속 악인들은 김순옥 작가의 작품을 통틀어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악질 중 악질이었다. 강만후 일가는 신득예의 부모를 죽게 만든데 이어 보금그룹과 그들의 재산까지 모두 빼앗았다. 강만후는 신득예를 속여 그와 결혼한 뒤 이혼한 전 아내와 만남을 지속했다. 절도, 협박, 폭력은 기본이며 주오월(송하윤)을 공사장에서 밀어 떨어뜨리며 몇 번이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다.

무너지는 보육원의 문을 걸어 잠궈 친부가 죽게 만들고, 친구 주오월까지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하며 충격을 안겼던 악녀 오혜상(박세영). 그녀 또한 금사월의 사랑과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양부 오민호(박상원)을 배신하고 천비궁 설계도를 강만후에 넘기는 등 드라마 속 갈등의 중심이 됐다. 오월이 그토록 찾아해매던 친부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납치, 사고를 낸 뒤 혼자 도망쳐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MBC '내 딸 금사월' / 사진=방송화면
'금사월'은 강만후의 욕심으로 부모를 잃고 보금그룹까지 빼앗긴 채, 그의 아내로 숨죽여 살아야했던 신득예의 감정선을 따라왔다. 시청자들은 갈수록 악해지는 강만후와 오혜상의 모습에 분노하고, 이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득예의 행보에 환호해 왔다. 여기에 반하는 금사월의 행보를 '고구마'라고 비판할 정도로 시청자들은 '사이다' 같은 복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말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이들이 단 한 회만에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은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시원한 복수나 처절한 응징은 온데 간데 없었고 50부 동안 쌓여온 시청자들의 분노 또한 갈 길을 잃었다. 신득예는 강찬빈(윤현민)을 사고의 위험에서 구함으로써 복수심 보다 위대한 모성애를 보여줬고, 그토록 강렬했던 복수심을 내려놨다. 득예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해 답답함을 유발하던 사월은 갑자기 득예의 마음을 이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나마 드라마에서 복수다운 복수를 한 것은 주기황(안내상)과 오월 부녀 뿐이었다. 이들은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혜상이 벌을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마저도 그간 벌인 악행에 비해 터무니 없는 수준이었다. 강만후는 악독한 범죄들은 넘어가고 소나무 창고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혜상은 긴 재판 끝에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5년후 강만후는 폐지와 고물수집부터 구두닦이까지 해가며 재기를 노렸고, 혜상 또한 심부름센터 일을 하며 홀로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해피엔딩을 위한 해피엔딩이었다. '아내의 유혹'에서 눈가에 점을 찍었던 여주인공 대신 가발과 휠체어로 1인2역을 소화한 신득예, 막무가내식 우기기 대장에 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술했던 악인 강만후. 무려 25년에 걸친 긴 시간동안 펼쳐졌던 이들의 대결은 한 회 만에 참회와 용서로 끝이 났다. '금사월'은 결국 51부작 짜리 길고 허무한 시트콤으로 남게 됐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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