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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14년 만에 돌아온 원미경, 관록의 진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2-29 07:39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관록이 빚어낸 연기였다. 14년 공백을 무색케 한 배우 원미경의 녹슬지 않은 연기력에 시청자들도 반색했다.

27일 첫 방송된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은 인천 차이나타운에 중국집 가화만사성을 개업하게 된 봉씨네 가족의 좌충우돌을 그리며 포문을 열었다.

봉삼봉(김영철)은 배달일부터 시작해 갖은 고생 끝에 자신의 식당을 갖게 된 자수성가의 아이콘이지만, 아내에게는 툭 하면 소리를 질러대는 권위적인 남편이다. 자판기 커피값도 아까워 벌벌 떠는 짠돌이면서, 동생 봉삼식(윤다훈)과 봉삼숙(지수원)에게만은 아낌없이 퍼준다. 그런 남편이 못마땅한 아내 배숙녀(원미경)는 남편 앞에서는 말은 못하고 그저 뒤에서 툴툴거릴 뿐이다.

중국집 개업식날, 한껏 꾸민다고 꾸몄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배숙녀를 보고 봉삼봉은 대노한다. 배숙녀가 뜻하지 않게 남편을 골탕먹인 셈. 남편의 기에 눌려 지내지만 마냥 순종적이지는 않은 배숙녀의 매력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원미경은 2002년 드라마 '고백'을 마친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며 내조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제작진의 출연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복귀를 결정했다. 스스로 공백기에 대한 부담을 가졌지만, 결국엔 기우였다.

원미경은 극중 나이 60대인 배숙녀를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연기했다. 소심하면서도 엉뚱하고, 통통 튀는 발랄함과 함께 원숙미를 지녔다. 탄탄한 정극 연기는 코믹한 장면에서 한층 돋보였다.

소시민 가정을 다룬 드라마에서 항상 억척스러운 모습으로만 그려졌던 엄마 또는 아내 역할이 '가화만사성'에서 조금 다르게 변주된 건, 원미경의 실제 모습이 역할에 투영된 덕분이다. 드라마 방영에 앞서 제작발표회로 첫 인사를 전한 원미경은 지난 세월이 느껴지지 않은 고운 자태와 소녀 감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00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아줌마'에 출연했던 원미경의 감칠맛나는 연기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라면 '가화만사성'의 배숙녀는 '아줌마'의 2016년 버전으로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 원미경은 관록의 연기로 소시민의 생활 정서를 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극과 극 캐릭터로 절묘하게 균형추를 맞춘 김영철과의 연기 호흡도 좋다.


'가화만사성'은 이날 시청률 14.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SBS '그래, 그런 거야'(6.7%)를 가볍게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앞으로 배숙녀는 지난 세월에 대한 울분으로 남편 봉삼봉에게 황혼이혼을 선언하면서 봉씨 일가에 파란을 일으키게 된다. 배숙녀의 통쾌한 일탈과 남편을 향한 복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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