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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관록이 빚어낸 연기였다. 14년 공백을 무색케 한 배우 원미경의 녹슬지 않은 연기력에 시청자들도 반색했다.
중국집 개업식날, 한껏 꾸민다고 꾸몄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배숙녀를 보고 봉삼봉은 대노한다. 배숙녀가 뜻하지 않게 남편을 골탕먹인 셈. 남편의 기에 눌려 지내지만 마냥 순종적이지는 않은 배숙녀의 매력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원미경은 2002년 드라마 '고백'을 마친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며 내조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제작진의 출연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복귀를 결정했다. 스스로 공백기에 대한 부담을 가졌지만, 결국엔 기우였다.
소시민 가정을 다룬 드라마에서 항상 억척스러운 모습으로만 그려졌던 엄마 또는 아내 역할이 '가화만사성'에서 조금 다르게 변주된 건, 원미경의 실제 모습이 역할에 투영된 덕분이다. 드라마 방영에 앞서 제작발표회로 첫 인사를 전한 원미경은 지난 세월이 느껴지지 않은 고운 자태와 소녀 감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00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아줌마'에 출연했던 원미경의 감칠맛나는 연기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라면 '가화만사성'의 배숙녀는 '아줌마'의 2016년 버전으로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 원미경은 관록의 연기로 소시민의 생활 정서를 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극과 극 캐릭터로 절묘하게 균형추를 맞춘 김영철과의 연기 호흡도 좋다.
'가화만사성'은 이날 시청률 14.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SBS '그래, 그런 거야'(6.7%)를 가볍게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앞으로 배숙녀는 지난 세월에 대한 울분으로 남편 봉삼봉에게 황혼이혼을 선언하면서 봉씨 일가에 파란을 일으키게 된다. 배숙녀의 통쾌한 일탈과 남편을 향한 복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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