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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2003년 '리틀 전지현'으로 데뷔한 풋풋한 신예가 있다. 긴 머리에 큰 키. 가녀린 몸매에 청순한 마스크. 데뷔 초 부터 '전지현' 수식어를 달고 잡지모델과 CF를 꿰찼다. 소위 잘나가는 신인만 한다는 음악방송 MC에 시트콤 캐스팅이 이어졌다. 이후엔 조연급 연기자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후 10년. 한 단계 도약이 아쉬운 답보의 시간이었다. 스스로 '서브 주연','발연기 논란' 등의 수난사를 거론할 정도로 갈증의 시기를 보냈다.
"당시엔 '제2'를 달거나 '전지현'을 다는 신예들이 많았다. 제 기억에만 4~5명 더 있었다. 키가 크고, 하얀 얼굴에, 마른 체형이면 '리틀 전지현'이 됐다. 한 때는 난 장희진인데 내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느낌까지 들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좋은 타이틀을 왜 그리 버거워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뵌 전지현 선배님은 독보적인 이미지에 미녀 스타였다. 데뷔 초 함께 화보를 찍었는데 자매같은 케미를 기대한 스태프들이 '실제로 보니 별로 안닮았다'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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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로 들어서면서 장희진은 부쩍 성장했다. 작품 선택을 두고 달라진 기준이 있나.
"마인드가 달라졌다. 비중을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20대까지는 그걸 못 놓고 '주연 욕심'만 부렸다. 붙잡고만 있었을 때는 더 안풀렸던것 같다. 지금은 쉬지 않고 일하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본다. '마을'은 많은 걸 놓았는데 운 좋게 얻어 걸린 행운 같은 작품이다."
-요즘에는 장희진에게 '발견' '재발견'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계기는 언제부터였을까?
"'세결여'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수현 작가님의 대본은 매 신마다 높은 난이도의 연기톤을 요구했는데 겨우 꾸역꾸역 버티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보니 버티는 것 만으로도 성장이 되어 있더라. 다음 작품인 '밤선비'에서도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시는게 느껴졌다.
-'마을'에서는 시체 역할을 했다. 극 후반부에 큰 비중이 없을 수도 있었다. 왜 선택했나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세결여' '밤선비'를 끝내고 다음 작품을 빨리 하고 싶었다. 당시 제안왔던 다섯 작품 중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골랐고, 그 작품이 '마을'이었다. 초반에 불륜 코드도 있었고, 김혜진이 입체적인 캐릭터인지 전혀 모르고 결정했다. '아치아라 비밀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김혜진 인물소개를 보고, 모든 출연진들이 '김혜진 찾기'에 집중하고 있으니 한 번 해볼만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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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엔딩신을 앞두고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마을'에 집중한 상태였다. 16부 때문에 15부까지 왔기에 16부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 특히 결말을 고민하던 작가님께 16부만 쪽대본으로 받았다. 대본이 조금식 풀리면서 '마을'의 범인 윤곽이 드러나는데 너무 즐겁더라. 신은경 선배님은 논란 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시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신은경 선배의 눈빛과 감정을 함께 따라가니 좋은 호흡이 나왔다. 진짜 많이 배웠다."
-장희진이 30대가 된 줄 몰랐다. 나이에 대한 고민이 있나
"나이 들면서 더 분위기 있어졌다는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 20대 보다 30대인 지금이 좋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더이상 나이 먹기 싫다(웃음).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촬영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 더 바쁠 정도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걸 못참는다. 피부과에 가든 운동을 하든 배우로서 늘 준비되어 있으려 한다."
-'발견'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차기작이 더 기대된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정말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예전에 시트콤 찍었을 때 '빵녀 캐릭터'가 실제 내 성격인데 10여년간 차분한 역할만 하니 실제 성격도 변하더라. 제게 딱 맞는 역할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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