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이산의 아픔을 안고 강철같이 살아온 한 여인의 감동적인 삶을 그린 뮤지컬 '서울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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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돌산댁은 퇴각하는 북한군에게 포로로 잡혀간 남편과 미아리고개에서 생이별한다. 네 자식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지만 자식들은 그녀의 속을 썩일 뿐이다. 거기에 전쟁 때 한쪽 팔을 잃은 동생마저 보살피지만 술과 도박에 빠져 폐인이 된다. 하지만 돌산댁은 굴하지 않는다. 언젠가 남편과 만났을 때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강철같이 하루하루를 견뎌간다.
한 여인의 굴곡진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언뜻 악극을 떠올리게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산가족 생방송 당시 국민가요가 됐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비롯해 '상록수', '꽃마차', '울릉도 트위스트', '라밤바', '아침이슬' 등 기존 가요들에 창작 넘버 10여 곡이 가세해 조화를 이룬다. 악극에서 흔히 시도하는 감정의 과잉 분출 대신 '절제의 미학'이 돋보인 것도 인상적이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압록강 국경지대에서 남편과 재회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돌산댁 역의 나문희와 남편 역의 박인환은 안으로, 안으로 감정을 삭이는 응축의 연기로 드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꽉 채웠다. 명불허전이다. 작가 김태수의 구성진 대사,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하모니를 이끌어낸 김덕남 연출의 관록이 돋보였다.
돌산댁이 기구한 삶을 마감하는 순간, 먼저 하늘나라로 간 자식들이 등장해 "어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말한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한참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15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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