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재밌는데 왜 안볼까.
KBS 드라마가 시청률 난조를 겪고 있다. 1월부터 10월 현재까지 평일 드라마 중 10% 대를 넘긴 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작품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화제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후아유-학교 2015'는 연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육성재 남주혁이란 스타를 만들어냈다. '어셈블리'는 '정도전' 신드롬을 만들어 낸 정현민 작가의 차기작답게 폐부를 찌르는 통쾌한 명대사를 남기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주목받았다. '너를 기억해' 역시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보는 사람은 없다'는 호평 속에 다음을 에측할 수 없는 쫄깃한 서스펜스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10개월 간 KBS 드라마 중 혹평받았던 작품은 구혜선 발연기 논란에 황당한 전개, 엉성한 스토리로 무장했던 '블러드'와 작가 교체 후 이해할 수 없는 막장 스토리로 KBS 주말극의 명성에 먹칠을 한 '파랑새의 집' 단 두 작품이다. 소재가 식상했던 것도 아니다. KBS 드라마를 살펴보면 소재의 겹침은 거의 없었다. 정치물, 학원물, 청춘 로맨스물, 가족극, 미스터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정받았다.
한 마디로 대박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그런데도 왜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 마케팅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용팔이'의 주원 김태희,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 김명민 등 타사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브라운관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KBS 드라마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브라운관 흥행 스타들은 거의 없었다. 송윤아('어셈블리'), 고두심('별난며느리', '부탁해요, 엄마'), 장혁('장사의 신-객주 2015)' 정도다. 나머지는 몇몇의 스크린 스타가 있었고 대부분은 신인급 연기자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드라마에 비해 홍보력이나 대중적인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KBS 드라마국 정해룡CP는 "신인 개발은 KBS가 꾸준히 해왔던 프로젝트다. 신인 작가를 많이 활용하고 신인 배우도 많이 기용하려 한다. 청소년 드라마가 계속 잘 돼와서 그런 자신감이 있다. 시청률은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공영 방송으로서 KBS가 해야 할 일이다. 스타를 기용하지 못하더라도 학교 문제를 다룬다거나 대중적 방향을 제시하는건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르 자체가 리모콘을 지배하는 주부층을 공략하기엔 적합치 않았다는 의견도 많다. KBS는 '파랑새의 집'을 제외하고는 출생의 비밀, 불륜, 핏빛 복수 등 주부층과 중장년층을 공략할 수 있는 막장 스토리를 쓰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연과 통속적인 극성을 좋아하는 주부층 대신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학원물이나 정치 사회물, 미스터리극 등에 힘을 실었다. 그래서 젊은층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상에서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CP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더라도 작품의 의미가 있고 화제성이 있으면 그 기획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특히 월화극에서는 차별성을 두려 한다. 대중성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젊은 시청층에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기획을 해서 시청자에게 어젠다를 제시하거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의 신'이 좋은 예일 것 같다. '직장의 신'을 통해 계약직이나 갑을 관계의 문제가 화제가 됐다. 그런 게 적극 권장해야 할 방향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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