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예능천하] 신동엽, 대체불가 유일무이 예능판의 음란서생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5-10-01 08:1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예능의 세계는 언제나 요동치며 한결 같이 냉정하다. 힘들게 달리고 좆아 변화의 바람을 따라잡는가 싶어도 어느 새 판도는 바뀌어 있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많은 예능인들이 한 때는 '대세'라는 이름표를 달고 승승장구하다가도 또 어느 새 치고 올라오는 신생(新生) 예능인들에게 대체돼 자취를 감춘다.

그렇기 때문에 가변(可變)적인 예능판국에서 불변(不變)의 예능인이 되는 건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불변이어야 하고 또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자만이 예능판에서 장수하며 대중의 사랑을 끊임없이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판국에서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와 색깔로 24년간 절대 대체불가한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은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신동엽. 신미년(辛未年·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거친 예능판에 뛰어든 24년이 지난 현재에도 무려 7개의 프로그램(JTBC '마녀사냥', 올리브 '오늘 뭐 먹지?', KBS2 '불후의 명곡', KBS2 '안녕하세요', tvN 'SNL코리아', tvN '수요미식회', E채널 '용감한 기자들') 올에 고정 출연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대체불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그의 대표적인 무기는 음란(淫亂)한 19금 개그다. 신동엽은 일찍이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성(性)을 개그의 소재로 삼은 야드립을 시전함으로써 보수적인 이 나라에서 19금 개그의 황태자라는 왕관을 썼다. 그는 조심하면 재미를 잃고 자칫하면 저속할 수 있는 야드립의 오묘한 줄타기를 완벽히 해내는 예능계의 진정한 음란서생(淫亂書生)이라 말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키우던 비둘기가 알을 낳아놓고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스트의 사연(KBS2 '안녕하세요'(2010~)을 듣고 "원치 않는 임신이었나 보다"라는 생각지도 못한 애드립을 내뱉는가 하면,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승철 앞에선 22살 태연에게 "이승철 씨가 데뷔했을 때 태연 씨는 엄마 뱃속도 아니고 아빠 쪽에 있었을 것"(SBS '설특집 맛있는 초대'(2010))이라는 신개념 드립을 시전, '19금 개그'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능수능란한 오묘한 수위의 조절은 남성의 하는 야드립을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도 있는 여성들에게까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본디 선해, 약자에게 마음이 가고 당하는 사람에게 연민이 간다. 능구렁이 같은 신동엽은 필요할 때는 약자로 변신, 시청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줄 아는 이다. 계사년(2013년) JTBC '마녀사냥'을 시작으로 최근 올리브 '오늘 뭐 먹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성시경의 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똑똑한 것도 모자라 요리까지 잘하는 성시경은 매번 요리를 하면서 헤매는 신동엽을 수시로 '디스'한다. 같은 대가로부터 똑같은 레시피를 전수받고도 매번 '별로인 요리'를 내놓는 신동엽은 성시경이 놀려먹기 가장 좋은 안주. 하지만 시청자는 숱한 나무람에도 뻔뻔함을 잃지 않는 신동엽에게 더 마음을 준다. 신동엽은 KBS2 '안녕하세요'에서도 몸에 밴 '깐족'으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영자에게 숱하게 방석 세례를 맞는다. 이영자를 신경을 은근 슬쩍 건들며 '매를 버는' 그지만, 시청자의 마음은 언제나 구박받는 신동엽을 향해 있는 건 묘한 연민을 자아내는 그의 매력 때문이라고 하겠다.

현재 대중에게 '동엽신(神)'으로 불리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그지만, 그가 항상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신미년(辛未年·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이후, 유행어 '안녕하시렵니까?'를 탄생하며 그야말로 '빵' 떴지만, 1999년 대마초 사건으로 11개월간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인생 곡선의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2000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로 방송에 복귀 '해피투게더' '헤이헤이헤이' 등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며 재기했다. 하지만 그의 꽃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야행성' '샴페인' '오빠밴드' 등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참패했고, 설상가상으로 2008년 이끌던 사업까지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연이은 부침이 그에게는 약이 됐고 무기가 됐다. "감옥에 갔다가 나오는 사람에게 두부를 주는 이유도 있다. 갑자기 나와서 자장면 등 음식을 먹는 것 대신 먼저 위장을 편하게 하기 위해 두부를 먹이는 거다"라는 한의사의 말에 "어쩐지 안 체했다"(KBS2 '밥상의 신'(2014))며 교도소 수감 기억을 직접 언급해 '셀프 디스'하는가 하면,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쉬면 사업할까봐"(Mnet '비틀즈코드'(2013))라며 아픈 기억을 직접 끄집어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급 MC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의 진행만 맡으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동안 과감히 케이블과 종편 등 비지상파 방송까지 활발히 출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 개척해 냈다.

예능 관계자들은 신동엽의 대체할 수 있는 예능인의 등장은 한 동안 나오기 힘들거라 입을 모은다. 타고난 19금 예능인의 피와 24년간 온갖 풍파를 겪고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들의 어우러진 그의 개그감을 쉽게 이겨낼 신생 예능인의 등장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대한민국 예능계의 유일무일한 음란서생 동엽신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라 하겠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일러스트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