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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잉여' 그녀석의 귀환, 노홍철 이름 찾을 수 있을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09-29 08:1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절반의 성공이다.

방송인 노홍철이 MBC 추석특집 파일럿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음주운전 파문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낸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것. 그만큼 이번 프로그램은 노홍철에게 중요한 기로였다. 또 다시 자숙이냐, 성공적인 복귀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그러나 막상 성적은 좋지 않은 모습이다.

일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잉여'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2030 청춘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프리랜서 여행 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싱닌 배우 송원석, 대학생 이동욱 등이 출연했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잉여'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냐는데서 발생했다. 프로그램을 이끈 노홍철은 회당 고액의 출연료를 받던 인기 예능인이었다. 여기에 서울대 취준생, 인기 모델, 여행집으로 대박 난 베스트셀러 작가 등 기본 베이스가 탄탄한 이들이 '잉여'라고 지칭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괴감만을 안겨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잉여가 아닌 사람들을 잉여라고 칭하면서 배경이 없어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 우리 세대 평밤한 사람들을 잉여 이하로 만들어 버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원작자와의 마찰도 있었다.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걸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던 것.이에 원작자 이호재 감독은 자신의 SNS에 "본 방송에는 내게 감사하다는 짧은 코멘트 뿐이었다.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내 이름 따위가 아닌 원작의 모티베이션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했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결여돼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후 방송은2부부터 자막을 수정해 삽입했고,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 예고편 방송 뒤에도 수정 자막을 방송했다. 쌩뚱맞은 연출이었던 셈이다.

프로그램의 문제를 떠나 노홍철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은 불편하다. 음주운전은 경범죄가 아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평생 족쇄로 작용할 것 까진 없겠지만, 분명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했다는 제스처는 필요했다. 여행 중 음주운전과 방송 하차에 대한 심경을 고백하긴 했지만 과연 얼만큼의 진정성이 담겼는지 방송 상 컨셉트나 짜여진 대본은 아니었을지는 미지수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는 모습은 그만의 긍정마인드를 엿보이게 했지만, 과연 자숙한 이의 태도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밝은 모습은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시청률 자체는 나쁘지 않다. 27일 방송된 1부는 3.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8일 방송된 2부는 3.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노홍철에게 화가 난 이유는 음주운전 자체가 아니라 거짓말 때문", "노홍철 정말 좋아했는데 그 사건 이후 알 수 없는 거북함이 들어서 채널 돌렸다", "최소한 벌써 나오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반성하긴 한건가"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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