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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씬스틸러 '황간호사' 배해선 "용팔이는 행운"

이유나 기자

기사입력 2015-08-25 11:48 | 최종수정 2015-08-27 08:13


배해선

[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용팔이는 행운"

연극·뮤지컬에서 20년간 다져진 내공이 첫 드라마에서 '빵' 터졌다.

SBS 수목극 '용팔이'에서 사이코패스적 성격이상자 '황간호사'를 연기한 배우 배해선의 이야기다.

24일 대학로에서 만난 배해선은 음산한 '황간호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생글생글 웃는 눈웃음에 젊음과 활기가 넘쳤다.

배해선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용팔이' 인기가 솔직히 얼떨떨하다"며 "첫 드라마라 경험 삼아 가볍게 하려고 했는데 '황간호사'가 이렇게 센 역할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 묻자 "지인들 카톡 문자에 답하느라 너무 바쁘다. 동네 주민들이 알아보기 시작하셨다"며 웃음 지었다.

첫 작품으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배해선은 '신인'으로 임한 드라마 도전기와 '용팔이' 실제 촬영 현장, '황간호사'의 뒷이야기를 조리있는 입담으로 전했다.

뮤지컬 업계에서 알아주는 배우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드라마에 첫 발을 디딘 이유는?


"30대 초반부터 드라마·영화 쪽 제의를 받았다. 뮤지컬 배우 오만석 박건형 조정석 다양한 배우들이 많이 넘어갔고, 활동을 겸한 배우들이 많았던 시기다. 메커니즘이 너무 다르고. 카메라 이해도 낮고. 현장감을 빨리 익혀야하는데 더 나이 들면 어렵겠다 생각하던 차에 메르스 때문에 공연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공백이 생겼다. 그때 우연히 무대를 본 '용팔이' 제작진이 '황간호사' 역할을 적극 추천하셔서 캐스팅됐고,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

객석 관객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무대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세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드라마 연기는 엄연히 다를 터. 베테랑 뮤지컬 배우가 느낀 '카메라 적응기'가 궁금했다.

"주원, 김태희 씨로부터 보고 들은 것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분명 절제된 연기를 해야하는데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 해야할지 몰라 난감했다. 정웅인 선배, 촬영감독 및 스태프들이 틈나는대로 알려주셨다."

'황간호사'는 왜 한신병원 VIP 층에 오게 됐는지, 어쩌다 잠자는 공주 김태희를 질투하게됐는지, 그녀의 숨은 이야기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배해선은 '황간호사'를 어떻게 표현하려 애썼을까.

"황간호사는 앞 뒤 설명 없이 여진에게 집착한다. 그 모든 것들이 정신병적인 것으로 비춰지는게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이중적 면모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사이코패스 작품들도 참고했는데 '황간호사'는 아니더라. 자신에게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 있는데, 그 욕망이 너무 간절해서 왜곡되고 삐뚤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오직 여진과 함께 있을때만 그 강렬한 야욕을 드러내는 독특한 인물이다."


배해선 사진=스포츠조선 소천상 기자.
김태희 씨 연기 논란이 있었는데..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모습은?

"왜 그런 논란이 있는지 모르겠다. 김태희 씨는 정말 연기를 잘한다. 세게 따귀를 때렸는데 인형처럼 아무렇지 않게 열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마론인형 같은 완벽한 미모는 내가 황간호사에 몰입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목구비가 꽉 차서 때릴 곳도 없는 얼굴을 때려야 할 때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다행이 NG 없이 한번에 오케이 받았다. '어설프지 않고 확실히 맞아서 덜 아팠다'고 말해주는 김태희 씨는 성격도 천사다."

주원 씨 초반 100%에 가까운 분량, 실제로 보니 어땠나.

"주원 씨에게 하는 안부인사는 '피곤하죠'가 아닌 '아직 살아있는 거죠?'다. 그 정도로 모든 분량이 몰려있다. 세트 뿐 아니라 야외신 장소도 다양하다. 또한 연기로 만나는 사람에 따라 연기 정서가 달라지는데 그 호흡을 즉각적으로 맞춰 나가는 주원 씨를 보면서 정말 '연기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질 듯 피곤할텐데 오히려 나에게 '힘내라'고 화이팅 해주는 정말 착한 배우다."

TV 속에 처음 나오는 본인 모습, 어떻게 보였나?

"사실 제대로 모니터링을 못했다. 집 TV 연결선을 없애버려서 핸드폰으로 살짝 봤다. 핸드폰으로도 얼굴이 꽉 차는데 TV는 어떨까 깜깜하다. 주변에서는 '메이크업 좀 잘 하고 예쁘게 나오게 신경쓰라'고 하지만, '예쁨'은 김태희의 몫이다. 황간호사는 '어글리'한 모습이 가장 예쁜 캐릭터다. 실제로 황간호사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던 화장실 신에서 얼굴에 다크서클 분장을 요청했다. 신을 계속 바꿔 찍느라 분장을 했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바지도 일부러 많이 내렸다. 제작진이 각도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러워하길래 '더 내릴께요'라고 자처했다. 물론 안에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웃음)"

병원장을 수술용 메스에 광기어린 살기를 실어 수차례 찔렀다. 황간호사는 하차하나?

"8회 일부 분량이 남아있다. 현재 받은 대본 상으로는 그렇다.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캐릭터에 죄까지 졌는데 오래 나올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센 연기를 했는데 차기작도 궁금하다. 제안이 있나?

"일단 소속사 제의가 먼저 들어오고 있다. 현재는 매니저도 없는 상태다. 드라마 차기작은 아직이다. '용팔이'도 촬영분이 남아있고, 너무 센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다음 캐릭터 선택이 아직은 어렵다."

현재 준비중인 연극 작품은?

"다음 달 10일부터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4인극 '타바스코'를 준비중이다. '타바스코'라는 개를 찾아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연극이다. 왕년에 잘나가던 중년 여배우를 맡아 코믹한 연기를 한다. 아마 보신다면 정반대 이미지에 '황간호사 맞아?'라고 놀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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